지난달 ‘타워 꺾임’ 사고가 발생했던 경북 영덕 풍력발전단지에서 정비 도중 화재가 발생해 작업자가 숨지는 사건이 재차 벌어진 가운데, 이미 영덕 풍력의 발전기 24기 중 5분의 1이 ‘블레이드(날개) 미세 균열’ 등 고장 상태인 사실이 드러났다. 설계 수명 20년에 도달한 국내 노후 풍력 발전단지의 안전 마지노선이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실이 입수한 ‘영덕풍력발전 특별안전점검 결과’ 자료에 따르면 지난 23일 화재 사고가 발생한 영덕 19호기는 이미 지난달 실시된 정부 점검에서 ‘블레이드 미세 균열에 따른 수리 필요’ 진단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일 발생한 타워 꺾임 사고 이후 영덕 발전 단지 등 노후 풍력단지에 대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실시한 특별안전점검 결과에서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영덕 4호기는 고정볼트 파손으로 교체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고, 7·8·19·23호기는 각각 블레이드에 발생한 균열에 수리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점검 결과 9호기의 경우 블레이드의 피치베어링에 소손이 발생해 교체가 필요하다고 판정됐다. 피치베어링은 날개와 몸통 사이를 연결하는 회전 받침대로 날개 각도를 비트는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소손이란 단순 마모를 넘어 열이 발생하거나 마찰로 타 못 쓰게 된 상태를 말한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19호기의 경우 이런 진단을 받아 수리 중에 화재 사고가 났고, 나머지 5기도 이미 사고가 예고된 상태로 방치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19호기는 드러난 결함을 수리하던 중이었으나 지난 23일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했다. 정비업체 직원 3명이 숨졌고, 불이 인근 야산으로 번져 산림 당국이 헬기 11대를 투입하는 등 밤샘 진화 작업을 벌였다. 사고 수습때문에 손상이 발견된 나머지 5기에 대해서도 언제 수리가 이뤄질 지 불투명한 상태다.
영덕풍력발전단지는 2005년 가동을 시작한 국내 최초의 민간 주도 상업용 풍력단지다. 설계 수명 20년을 꽉 채운 상태다. 지난달 2일 타워 꺾임 사고에 이어, 한 달 만에 정비 중 사망 사고까지 터지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
주무부처 기후부가 20년 이상 노후 발전기 80기를 대상으로 특별안전점검에 착수했지만, 현장 점검이 취합되기도 전에 인명 사고가 발생하면서 노후한 재생에너지 단지의 안전 관리를 서둘러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는 뒤늦게 풍력발전 설비가 넘어지거나 화재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도로와 건물 등으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을 띄우는 ‘설치 제한’ 기준 강화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노후 풍력발전기가 기기 고장을 넘어 산불이나 인명 피해 등 대형 재난의 불씨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너지 전문가는 “노후 설비의 경우 단순 점검이 아니라 과감한 폐기나 전면 리파워링(설비 교체)를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김주영 의원은 “점검 중인 설비에서조차 인명 사고가 난 것은 현장 안전 관리 체계가 무너졌다는 증거”라며 “전수 조사를 넘어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용희/김대훈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