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릭스가 24일 연 온라인 기업설명회에서 유전자 치료제 기술로 만든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의 영장류 시험 데이터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OLX501A’를 원숭이 모델에 3㎎/㎏ 단회 투여해 지방조직내 ALK7 mRNA(전령 RNA)가 2주 시점 최대 84% 감소했다고 했다. 4주 시점에서도 70% 수준으로 억제됐다.
일반적으로 비만치료제 전임상 및 임상의 평가지표는 치료 전과 비교해 얼마만큼 체중이 감량했는지를 본다. 하지만 올릭스는 이번 영장류 시험에서 체중이 아니라 mRNA 감소 정도를 주요 지표로 제시했다. 이 같은 접근이 갖는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올릭스의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OLX501A의 표적은 ALK7이다. ALK7은 지방세포에서 지방 분해를 억제하고 축적을 유지하는 신호 경로에 관여하는 수용체다. 이 경로가 활성화되면 지방은 쉽게 분해되지 않고 체내에 저장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반대로 ALK7을 억제하면 지방세포가 에너지를 방출하는 방향으로 전환되며, 체중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ALK7은 차세대 비만 치료 타깃으로 꾸준히 연구됐다.
하지만 약물 전달 방식에서 대부분의 연구가 ‘벽’에 부딪쳤다. 올릭스 등 유전자치료제 개발사의 치료접근법(모달리티)은 짧은간섭RNA(siRNA)로 대부분 간에 전달된다. 혈중에선 빠르게 분해되기도 한다. OLX501A가 단회 투여만으로 수주간 억제 효과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약물 전달력과 지속성이 동시에 확인됐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지방조직은 혈류 접근성과 세포 흡수 효율이 낮아 약물이 도달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난도 높은 조직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영장류 지방조직에서 80% 이상의 넉다운(표적 유전자 억제)을 달성했다는 것은 단순 효능을 넘어 전달 기술까지 일정 수준 확보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번 데이터는 최적화 이전 초기 물질에서 도출된 결과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통상 초기 물질 단계에서는 효능이 제한적인 사례가 많지만, 올릭스는 이 단계에서 이미 경쟁 약물과 견줄 만한 수준의 억제를 확인했다. 이후 최적화된 물질에서는 저용량에서도 초기 물질 대비 우수한 효과가 나타났으며, 비만 마우스 모델에서는 실제 체중 감소와 체성분 개선까지 확인됐다.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이번 영장류 실험에서 체중 감소가 직접 확인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영장류는 비용과 윤리적 제약으로 장기간 비만 모델을 구축하기 어렵고, 단기간(2~4주) 투여로는 체중 변화를 평가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해당 단계에서는 체중 변화보다 ‘타깃이 실제로 얼마나 억제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업계에서는 이 과정을 ‘사람에서도 작동할 가능성을 확인하는 단계’로 본다.
경쟁 구도는 아직 초기 단계다. 현재 ALK7 타깃에서는 미국 애로우헤드가 가장 앞서 있지만, 임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동시에 경쟁 기업 수 자체도 제한적인 상황이다. 타깃 자체의 난도보다 전달 기술의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지방조직 전달이 가능한 플랫폼을 확보한 기업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향후 개발 속도와 데이터 축적이 시장 주도권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릭스는 이번 데이터를 계기로 글로벌 파트너십과 기술이전 가능성을 동시에 타진한다는 전략이다. 타깃 유효성과 전달 기술을 동시에 입증해야 하는 RNAi 치료제 특성상, 영장류 단계에서 의미 있는 knockdown 데이터를 확보한 것은 사업개발 측면에서도 중요한 변곡점으로 평가된다.
이날 올릭스는 온라인 IR에서 기존 cp-asiRNA 플랫폼을 ‘OASIS(OliX Advanced Small Interfering RNA System)’로 리브랜딩하며 확장형 RNAi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이는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라, 특정 구조의 siRNA 기술에 국한됐던 기존 접근에서 벗어나 다양한 화학적 변형과 전달 기술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플랫폼을 확장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동안 RNAi 치료제는 간 조직을 중심으로 상업화가 이뤄졌지만, 지방조직이나 중추신경계(CNS) 등 간 외 조직으로의 전달은 기술적 장벽이 높은 영역으로 평가돼 왔다. 올릭스는 OASIS 플랫폼을 통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조직별 특성에 맞는 전달 전략을 적용함으로써 적용 범위를 간 외 조직으로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회사 측은 단일 기술 중심의 파이프라인 개발을 넘어, 다양한 타깃과 적응증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확장형 RNAi 개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이번 리브랜딩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플랫폼 확장 전략도 병행되고 있다. 안과 분야에서는 업계 최초로 안구 조직에서 듀얼 타깃 siRNA 억제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단회 투여로 두 유전자를 동시에 조절하는 접근법을 제시했다. 간 질환에서는 GalNAc 기반으로 두 타깃을 동시에 억제하는 전략을 통해 중성지방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이와 함께 중추신경계(CNS) 영역에서는 척수강 투여(IT)와 BBB 셔틀(TfR 기반)을 결합한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며, 유럽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플랫폼 확장을 진행할 예정이다. 자가면역 질환 영역에서는 원형 탈모 치료제 등 신규 적응증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올릭스는 지방조직과 CNS 등 간 외 조직으로 기술 적용 범위를 확대하며, 플랫폼 기반 기술이전과 글로벌 딜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6년 3월 24일 18시 16분 게재됐습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