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에너지 절약을 위해 공공부문 '승용차 5부제(요일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민간 강제 적용은 유보하고 자율로 주고, 원유 수급 '경계' 단계 발령 시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 예고된 석탄발전소 폐쇄 일정은 미뤄지고, '1가구 1베란다 태양광'까지 포함한 수요·공급 종합 대책이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공공부문 승용차 5부제 등 원유 자원안보위기 주의 경보 발령에 따른 대응 계획을 24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앞서 정부는 18일 원유 자원안보 위기 경보를 '관심(1단계)'에서 '주의(2단계)'로 격상한 상태다. 중동 사태 장기화와 LNG 수급 변수까지 겹치며 에너지 수급 불안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기후부는 전기차와 수소차를 제외한 공공부문 승용차 5부제를 25일 0시를 기해 의무화하기로 했다.
지금도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공공기관 에너지 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따라 승용차 5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공공기관 승용차 5부제는 구체적으로 '인구 50만명 이상 시군'에 있으면 의무 실시, '인구 30만명 이상 50만명 미만 시군'에 있는 경우 예외가 적용돼 자체 위원회에서 실시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다.
공공기관 승용차 5일제는 '경차와 환경친화적 자동차', '장애인 사용 승용차'(장애인 동승 차량 포함), 임산부와 유아 동승 차량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인구 30만명 이상 50만명 미만 시군 내 공공기관의 경우 '대중교통 접근성이 열악한 지역과 장거리 출퇴근 임직원 차량'도 5부제 적용을 피할 수 있다.
현재 공공기관 승용차 5부제 위반 시 페널티는 '청사 내 주차 금지' 정도 밖에 없다. 기후부는 승용차 5부제 이행 지침을 내리고 결과를 점검해 강제성을 부여할 계획이다.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공공기관은 경고하고, 특히 4차례 이상 반복해서 부제를 어긴 직원에 대해서는 징계하도록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 5부제 적용 차량은 약 150만대, 5부제 시행 시 하루 3000배럴의 석유를 아낄 수 있는 것으로 기후부는 추산했다.
민간에 대해선 일단 승용차 5부제 참여를 요청하되, 향후 원유 자원안보위기 경보 단계가 '경계'로 격상될 경우 5부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전기·수소차와 생계형·장애인 차량을 제외하면 약 2370만대가 5부제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기후부는 추산하고 있다.
5부제를 두고 '석유 최고가격제'와 정책의 일관성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기차에 5부제를 적용하지 않는 것을 두고도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공공 주차장을 활용한 수요 관리 방안도 함께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자율 참여 차량에 대해서는 공공시설 이용 혜택 등 인센티브 부여 방안도 거론했다.
대중교통 이용 확대 방안도 병행해 추진된다. 이 대통령은 K-패스 할인율 등을 활용한 교통비 지원과 함께 출퇴근 시간대 이용 집중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는 석유류 사용량이 많은 50개 업체에 '에너지 절감 계획' 수립을 요청하고 자체 수립한 목표를 달성했을 때 '에너지 절약 시설 융자 사업' 시 우대하는 등 혜택을 주기로 했다. 주로 대공장을 운영하는 50개 업체가 에너지 다소비 사업장(5156개) 에너지 소비량의 91.4%를 소모한다고 기후부는 설명했다.
기후부는 이날 에너지 절약을 위한 12가지 국민 행동 요령도 공개했다. 승용차 5부제 자율적 참여와 함께 '대중교통 이용', '적정실내온도 준수', '불필요한 조명 끄기', '가전제품 효율적 이용',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조명 LED 교체' 등이 담겼다.
'전기차와 휴대전화 낮 시간대 충전'과 '세탁기와 청소기는 주말에 사용', '샤워 시간 줄이기' 등도 포함됐다.
정부는 액화천연가스(LNG) 사용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 이용률을 높이고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조속히 늘린다는 방침도 재차 밝혔다.
정부는 원전 이용률을 현재 약 73% 수준에서 80% 이상으로 높이기 위해 정비 중인 원전 5기를 순차 재가동할 계획이다. 석탄 발전은 계절 관리제에 따른 가동 제한을 미세먼지 영향이 적은 날에는 완화하기로 했다. 하루 LNG 사용량 약 6.9만t 중 1.4만t 이상, 약 20%는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기후부는 보고 있다.
예정된 일부 석탄발전소 폐쇄 일정도 수급 상황에 따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LNG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조치다.
중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확대도 병행된다. 정부는 연내 재생에너지 7GW 이상 보급과 에너지저장장치 1.3GW 확충을 추진한다. 가정 단위에서는 '1가구 1베란다 태양광' 보급 확대도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김대훈/김리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