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현장은 언제나 '아파트'와 '상가' 간 치열한 전선이 형성되는 곳입니다.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뜨거웠던 전쟁터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신반포2차입니다. 상가 조합원이 아파트 1가구를 받기 위해 넘어야 할 문턱을 두고 벌어진 이 소송은 지난 13일 대법원이 조합의 손을 최종적으로 들어주면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이번 판결은 전국 재건축 단지에 어떤 신호를 보냈을까요?
10년 전만 하더라도 상가가 인기 있었지만 온라인 쇼핑과 배달 앱(응용프로그램) 시대인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이제 상가 조합원의 로망은 수익성 낮은 상가 대신 '새 아파트' 1가구를 받는 것입니다. 이들은 조합 설립에 필수적인 '상가 동의권'을 지렛대 삼아 아파트 분양권을 요구하곤 했습니다.
신반포2차 조합은 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추산액 비율 0.1'이라는 묘수를 내놓았습니다. 현행법상 상가 조합원이 아파트를 받으려면 상가 가치가 아파트값보다 커야 하는데, 이 기준 비율을 10분의 1로 확 낮춰준 것입니다. 분양가 10억원짜리 아파트를 1억원 가치의 상가 조합원도 분양받을 수 있게 길을 터준 것입니다. 이에 반발한 아파트 조합원들이 "전원 동의가 필요한 중대한 정관 변경"이라며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처음엔 아파트 조합원들이 승리하는 듯했습니다. 1심 법원은 상가 주인에게 이런 혜택을 주는 것은 조합원 권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전원 동의'가 필요하다며 무효 판결을 했습니다. 하지만 2심에 이어 대법원의 판단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이 비율을 정하는 것이 조합의 '자율적 재량'에 속한다고 보았습니다. 신반포2차는 이미 창립총회 당시 조합원의 71.5%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이 합의를 승인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미 충분한 합의가 이뤄진 사안을 두고 굳이 '전원 동의'나 '특별 다수결'을 다시 따질 필요가 없다는 취지입니다. 이 판결로 신반포2차는 불확실성을 털어내고 본궤도에 오르게 됐습니다.
이번 판결은 향후 재건축 시장에 큰 변화를 예고합니다. 최근 단지 내 상가의 실효성이 급감하면서 상가 신축 자체가 감소하거나 아예 짓지 않는 선택을 하는 단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텅 빈 '유령 상가'를 짓느니 상가 부지를 아파트로 전환해 사업성을 높이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가를 짓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갈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최종적으로는 조합의 관리처분결의 내용에 따라 상가 조합원의 아파트 분양 여부가 결정될 것인데 이 과정에서 지금과는 또 다른 복잡한 이해관계의 충돌과 조율이 예상됩니다. 누가 로열층을 가져갈지, 추가 분담금은 얼마로 할지를 두고 아파트와 상가 조합원 사이에 치열한 수 싸움이 기다리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모든 재건축 상가 조합원이 아파트를 받을 수 있을까요? 이번 판례와 법령을 분석해보면, 아파트 열쇠를 쥐는 방법은 다음 다섯 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① 적법한 사전 합의
신반포2차처럼 조합 설립 초기 단계에서 구체적인 합의서를 작성하고 총회 결의를 통해 정관에 명문화한 경우입니다.
② 상가가 사라진 단지
아예 단지 내 상가를 짓지 않기로 해 남는 아파트를 배정받는 예외적인 상황입니다.
③ 내 상가 가치가 '진짜' 높을 때
상가를 분양받고도 남는 권리가액이 새 아파트 분양가보다 클 때입니다.
④ 분양가의 역전
새로 지을 상가의 최소 분양가가 아파트 최소 분양가보다 비싸게 책정된 경우입니다.
⑤ 기적의 만장일치
법적 요건이 안 되더라도 조합원 100%가 찬성해준다면 가능합니다.
이번 대법원판결은 법이 모든 것을 재단하기보다, 조합 내부의 '합리적인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사례입니다. 재건축의 최대 적은 '시간'입니다. 상가와의 갈등으로 사업이 멈추면 그 피해는 결국 모든 조합원이 지게 됩니다.
결국 성공적인 재건축을 위해서는 법정 싸움에 매달리기보다, 상가 조합원에게는 합리적인 퇴로를 열어주고 아파트 조합원에게는 투명한 분담금 정보를 제공하는 '고도의 협상력'이 필요합니다. 신반포2차의 사례는 '잘 만든 합의 하나가 소송 열 개보다 낫다'는 정비사업계의 격언을 다시 한번 증명해줬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선규 법무법인 조율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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