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코리아가 올해부터 국내에서 판매되는 순수 전기차(BEV)에 한국산 배터리 셀만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전기 슈퍼카 타이칸,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마칸, 하반기 출시 예정인 카이엔 일렉트릭 등 포르쉐의 프리미엄 전기차 3종의 심장부에 ‘K-배터리’가 탑재되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슈퍼카 구매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포르쉐코리아가 이들의 ‘국산 선호’ 현상에 맞춰 경영 전략을 수정한 결과다. ◇ BEV에 LG엔솔·삼성SDI 배터리 탑재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코리아는 지난 19일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에서 ‘2026 포르쉐코리아 신년 기자 간담회’를 개최하고 카이엔 일렉트릭을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마티아스 부세 대표를 비롯한 포르쉐코리아의 주요 임원들은 올해부터 국내에서 판매되는 포르쉐의 BEV 모델에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한국 제조사의 배터리 셀을 탑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상 차종은 타이칸, 마칸, 카이엔 일렉트릭 등 포르쉐의 프리미엄 전기차 3종이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 공식 출시된 마칸에는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 CATL의 배터리가 탑재됐었다. 하지만 2026년 모델부터는 삼성SDI의 배터리가 적용된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 출시될 예정인 카이엔 일렉트릭에도 LG에너지솔루션이 공급한 셀을 장착하기로 했다. 2019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주펜하우젠 공장에서 처음 생산을 시작한 타이칸은 당초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사용해 왔다.
이 같은 포르쉐코리아의 전략 변화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슈퍼카 구매자가 증가한 것과 무관치 않다. 신흥국 중 한국 시장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면서 해외 완성차 업계가 국내 소비자들의 ‘중국산 기피’ 현상을 무시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포르쉐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소비자들은 전 세계 시장에서 다섯번째로 많은 포르쉐 차량을 사들였다. 신흥국 시장 중 포르쉐의 한국 시장 비중은 2018년 14%에서 지난해 19%로 5%포인트 뛰었다.
그 중심에 BEV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포르쉐코리아가 국내 시장에 인도한 차량은 1만746대로 집계됐는데, 이 중 BEV 비중이 34%에 육박했다. BEV와 하이브리드카(HEV)를 포함한 전동화 모델 비중은 62%에 달한다. 모델 별로는 지난해 기준 한국 소비자들의 타이칸 구매량은 전 세계 2위에 올랐다. 포르쉐코리아가 발 빠르게 배터리 국산화에 나선 배경이다. 포르쉐코리아의 이러한 전략 변화는 국내 시장 점유율 확장을 노리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무시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 최고 성능 카이엔 일렉트릭도 공개포르쉐코리아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국내 최초로 공개한 카이엔 일렉트릭은 2002년 출시한 첫 SUV 모델인 카이엔에 기반을 둔 전동화 모델이다.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 기준 런치 컨트롤 작동 시 최고 출력은 1156마력, 최대토크 153.0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시속 100㎞까지 2.5초 만에 도달할 수 있으며 최고속도는 260㎞/h다. 외관은 카이엔 고유의 디자인 헤리티지를 유지하면서도 실내에는 포르쉐 차량 중 가장 넓은 ‘플로우 디스플레이’가 탑재된다.
한편 포르쉐코리아는 같은 날 한국 고객만을 위해 100대 한정으로 특별 제작한 ‘파나메라 레드 익스클루시브’를 공개했다. 포르쉐만의 ‘가드 레드’와 ‘보르도 레드’ 색상을 조합해 포르쉐 특유의 날렵함을 살린 게 특징이다. 파나메라4 모델에 스포츠 디자인 패키지를 적용했고, 양쪽 도어 하단과 후면에 파나메라 레터링이 추가됐다.
포르쉐코리아는 신형 911 터보 S와 마칸 GTS를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에는 파나메라 레드 익스클루시브, 카이엔 일렉트릭을 연이어 출시할 예정이다. 전기차 충전소도 꾸준히 확충하기로 했다. 부세 대표는 “한국 시장은 전동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며 “포르쉐코리아도 전동화 리더십을 더욱 강화하고 한국 고객들의 기대치에 맞는 사업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