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텅 빈 자동차가 스스로 도로를 달린다는 이야기는 여름밤 무서운 이야기 속에서나 등장하던 상상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차량이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하고 차선을 유지하는 모습을 일상적으로 마주한다. 완전 자율주행이 더 이상 먼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기술적 실현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카메라와 레이더를 비롯한 다양한 센서가 있다. 이 센서들은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위험을 식별하고, 필요한 정보를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문제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이 정보들이 모두 운전자에게 쏟아진다는 점이다. 이미 라디오·음악·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정보가 동시에 제공되는 주행 환경에서 여기에 안전 경고가 더해지면 운전자가 처리해야 할 정보량은 과도하게 증가한다. 경고는 많지만 정작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기 어려워지면서 안전성은 떨어지고, 피로감만 커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단순히 경고 기능을 강화하는 방식만으로는 현재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 문제를 해소할 실마리는 외부 환경을 감지하는 센서가 아니라 운전자 자체를 이해하는 기술, 즉 인캐빈 카메라와 차량 간 통신(V2X)의 결합에서 찾을 수 있다. 인캐빈카메라는 운전자의 얼굴 방향과 시선을 추적해 현재 무엇을 보고 있는지 파악한다. 동공 반사광을 분석하는 방식과 딥러닝 기술이 결합되면서 정확도는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전방, 사이드 미러, 인포테인먼트 화면 등 운전자의 주시 대상까지 구체적으로 구분할 수 있다.
V2X는 주변 차량이나 근처 도로 시설과 위치 정보를 포함한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교환하게 한다. 인캐빈카메라의 시선 정보와 V2X의 주변 차량 정보를 결합하면 차량은 단순히 외부 위험을 인지하는 수준을 넘어 운전자가 이미 파악한 위험과 놓치고 있는 위험을 구분하는 판단 능력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교차로 사각지대에서 차량이 접근하는 상황과 옆 차선에서 추월 시도가 동시에 발생한다고 가정해 보자. 기존 시스템은 두 위험을 동일한 수준으로 경고하는 경우가 많다. 운전자의 시선 정보를 활용하면 경보의 우선순위를 조정해 운전자의 주의를 사각지대 차량에 집중시킬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V2X 기반 차량 네트워크가 확산될수록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주변 차량도 인캐빈카메라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한 차량의 운전자 시선 정보가 다른 차량에게도 공유될 수 있다. 예컨대 뒤차 운전자가 거울을 반복적으로 확인하고 주변을 살피는 행동이 감지되면, 그 차량이 추월을 준비하고 있음을 상대 차량이 미리 파악할 수 있다.
기술적 상상력을 더 확장하면 이러한 융합 기술은 개별 차량을 넘어 자율주행 네트워크에도 적용될 수 있다. 어떤 차량을 우선 연결하고 관리할지를 운전자의 시선이라는 직관적 기준으로 정할할 수 있어서다. 앞으로 과제는 이 기술들을 하나의 통합된 판단 체계로 연결하는 것이다. 자율주행 시대의 경쟁력은 센서를 얼마나 많이 장착하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외부 환경을 읽는 기술, 사람을 이해하는 기술, 그리고 차량 간 연결 기술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운전자가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현실적 안전’을 구현하는 데 있다.
정윤욱 현대모비스 전자제어서비스SW팀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