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상한 폐지 먼저"…삼성 노조, 전영현 부회장과 회동

입력 2026-03-23 14:38
수정 2026-03-23 14:39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 기자회견 계획을 철회하고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 겸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과 만났다. 노조가 5월 총파업 가능성을 예고한 상황에서 성사된 만남으로 노사 교섭 재개 물꼬를 틀게 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23일 공지를 통해 "오늘 오전 전 부회장과 만나 1시간 30분가량 미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동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지난 19일 이 회장 자택 앞에서 '무능 경영진 규탄 쟁의행위 돌입 선포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예고한 뒤 사측이 전 부회장과의 면담을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전삼노는 일정 발표 다음 날인 지난 20일 해당 기자회견을 전격 취소했다.

공동투쟁본부에 따르면 전 부회장은 현재 직원들 사이에 쌓인 불만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조와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는 뜻을 전달했다. 노사 간 교섭을 다시 시작해 논의를 이어가자는 의사도 함께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공동투쟁본부는 교섭 재개의 조건으로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 폐지와 성과급 산정의 투명성 확보를 주문했다. 이 사안이 선행돼야 실질적인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공동투쟁본부는 지난해 11월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노조)·전삼노·삼성전자노조동행 등이 참여하는 공동교섭단을 꾸려 약 3개월간 사측과 임금 협상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OPI 상한 폐지 문제를 놓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노조 측은 이번 회동에서 핵심 요구사항을 다시 전달했다. 사측도 이를 교섭 테이블에서 논의하자는 뜻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투쟁본부는 "사측은 노측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고, 핵심 요구사항을 포함해 교섭 테이블에서 논의하자는 뜻을 밝혔다"며 "전 대표이사는 노측의 입장을 검토하겠다고 하면서 DS부문 사업부 간 배분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다양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필요하면 단기간 내에 다시 만나 이야기하자는 뜻도 전달했다"며 "교섭이 재개되면 조합원에게 공지하겠다"고 설명했다.

교섭이 다시 열리지 않을 경우 노조는 계획대로 오는 5월 총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공동투쟁본부는 다음 달 집회를 열어 총파업 시점까지 성과급 정상화와 정당한 보상 체계 마련을 요구하는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지난 18일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93.1%의 찬성률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실제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2024년 이후 2년 만이자 삼성전자 창사 이래 두 번째 파업이 된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