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 헬스장 무려 222번 간 경찰…징계 못하는 이유 [사장님 고충백서]

입력 2026-03-29 11:00
수정 2026-03-29 13:14

1년 3개월 동안 근무 중 222회에 걸쳐 피트니스 센터를 이용해 '강등' 처분을 받은 경찰 간부가 징계 취소 소송을 내 승소했다. 감찰 과정에서 당사자 동의나 영장 없이 확보한 헬스장 출입 기록과 CCTV 영상은 징계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최근 경찰관 A씨가 부산광역시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강등처분취소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하고 청구를 기각했다.

20년간 조직에 몸담아오다 한 경찰서에서 팀장을 맡고 있던 베테랑 경찰 A 경감은 2024년 6월 징계 절차에 회부됐다. 2024년 4월 "일과 시간 중 피트니스 센터를 이용하는 경찰관이 있다"는 민원이 접수되면서다.

감찰에 착수한 경찰은 A씨가 근무하던 경찰서 인근의 피트니스 센터에 대해 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 A씨는 2023년 1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약 1년 3개월 동안 오전 근무 시간 중 총 222회나 무단으로 직장을 이탈해 요가와 줌바 등 개인 운동을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총 4회에 걸쳐 12시간의 초과근무를 허위로 신청해 16만 6670원의 수당을 부정 수령한 사실도 밝혀졌다.

결국 OO 시 경찰청은 2024년 6월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 및 직장 이탈 금지 위반 등을 근거로 A씨에게 '강등'이라는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청 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결국 부산지방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법정 싸움을 시작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에서 쟁점이 된 것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었다. 감찰관이 피트니스 센터에 공문을 보내 출입 기록 및 CCTV 영상을 제출받았고, 이 과정에서 A씨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개인정보 보호법(18조)은 원칙적으로 개인정보를 목적 외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며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근거로 들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8조 1항)은 '직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공공기관이나 단체에 사실 확인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일반적인 규정만으로 개인정보 보호법의 엄격한 원칙을 무력화시킬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직무 집행법 만으로 헬스장 기록(개인정보)을 볼 수 있게 된다면 헌법상 영장주의나 적법절차 원칙이 유명무실해진다는 지적이다. 헬스장이 '공공기관'이 아닌 것도 문제가 됐다.

이를 바탕으로 법원은 "경찰처럼 개인정보를 수집해 수사나 직무집행에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기관의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이 정한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며 위법하게 수집된 헬스장 기록은 물론, 이를 토대로 얻어낸 A씨의 자백 성격의 진술 역시 "증거자료로 사용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조철현 법무법인 대환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은 범죄 수사와 공소 제기를 위해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목적 외 용도로 제공하는 것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나, 제공이 가능한 기관을 공공기관의 경우로 한정하는 등 개인정보를 엄격히 보호하고 있다"며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행정 감찰목적만으로 제3자로부터 cctv 영상을 제공받는 것은 위법한 증거수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