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유럽 하늘길 두 개뿐…이란 전쟁에 항공요금 인상 우려

입력 2026-03-23 11:12
수정 2026-03-2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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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하늘길이 점차 좁아지고 있다. 이미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영공을 피해 운항했던 항공사들이 이번에는 전쟁이 진행 중인 중동 영공도 우회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다. 소수의 항로에 비행기가 몰리면서 항공 물류 대란도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의 20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시작된 이후 중동 일대의 영공이 닫히거나 통제받고 있다. 항공 추적기관 옵스그룹에 따르면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시리아 상공의 영공은 전면 폐쇄됐고 전쟁 전 하루 9만 명의 승객이 오갔던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를 비롯해 이스라엘, 오만의 영공 역시 엄격히 제한된 상태다.


세계 항로의 ‘허브’ 역할을 했던 중동 지역 주요 항로가 닫히면서 현재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항로는 두 개만 남았다. 그마저도 폭이 점차 좁아지는 추세다. 아제르바이잔 상공 항로(아제르바이잔-조지아-튀르키예)의 경우 일부 구간의 폭은 기존 100마일에서 현재 50마일(80㎞)까지 축소됐다. 지난 5일 이란으로부터 드론 공격을 받은 이후 아제르바이잔이 영공의 남쪽 부분을 폐쇄하고 러시아 국경 쪽(북쪽)으로 항로를 밀어낸 여파다.


또 다른 항로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 구간의 경우 아제르바이잔보다 항로가 조금 더 넓긴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 영공에 걸쳐있는 일부 경로를 제한하면서 범위가 좁아졌다. 남쪽으로는 수단 내전으로 인해 수단 상공 진입이 어려운 상태다.

NYT는 “항로 변경은 비행시간을 늘리고 연료비를 상승시킬 수 있다”며 “결국 일부 노선의 유지 가능성에 부담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에어인디아의 경우 최근 유럽 및 북미 항공편을 사우디아라비아를 통과하는 남쪽 항로로 우회시켰다. 회사 측은 “비행시간은 길어지고 운영 역시 더 복잡해졌다”며 “북미 항공편은 로마나 빈에서 추가 기착을 하고 있다”고 알렸다.

호주 콴타스항공의 퍼스-런던 직항편도 영향을 받았다. 17시간 30분이 걸렸던 비행시간에 3시간 30분이 더해졌다. 급유를 위해 싱가포르 기착이 추가됐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유가 급등을 이유로 심야 시간대 비행 및 수요가 적은 요일 일부 항공편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내년 말까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을 대비해 운영 전략을 수립 중이다.

이러한 조정은 항공요금 인상으로 이어진다. 저고도로 비행하는 비행기들은 날씨와 난기류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아 연료를 더 많이 소모한다. 길어진 비행시간, 높아진 회항 가능성은 항공사 조종사들과 승무원들의 인력 배치에 혼란을 준다. 또한 비행 항로가 좁아지면 관제사가 각 항공기의 비행 고도를 서로 달리 설정해야 하는데, 관제사의 업무 증가를 이유로 항공사들이 지불해야 하는 영공 통과 수수료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