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부터 헤일리 비버까지, 올 봄 패션 치트키는 '이것' [임이랑의 트렌드 산책]

입력 2026-03-26 17:48
수정 2026-03-27 16:52

3월이 되자 기다렸다는 듯 꽃망울들이 팝콘처럼 터진다. 겨울을 이겨낸 앙상한 가지 끝에 노란 산수유, 조팝나무, 개나리 같은 봄의 전령사가 등장한다. 아직은 꽃샘 추위가 아침 저녁으로 시샘을 하지만 마음은 이미 봄 아닌가. 두터운 패딩과 코트를 벗어 던지고 얇은 겉옷에 플랫슈즈를 신고 사뿐거리며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거리를 걷는 상상을 한다.

계절은 사람들의 옷차림에서 가장 먼저 알아차리게 마련이다. 올 봄, 스카프의 유행이 심상치가 않다. 여기저기서 아니 어디에도 스카프가 빠지지 않는다. 간절기 아이템으로 등장하는 단골 소재가 아닌가 싶지만 이번엔 그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액세서리 정도가 아니라 패션의 확실한 포인트, 룩의 정점으로 스카프가 입지를 굳히고 있다.

패션은 10년 주기로 돌아온다는 설이 있다.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 같은 뮤즈는 늘 있었고 그녀들에게는 스카프가 있었다. 1950년대를 살아본 적 없는 요즘 사람들도 영화 로마의 휴일 속 오드리햅번을 알고 있다. 스페인 광장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이나 스카프를 머리에 두른 그녀의 스타일은 지금도 클래식의 대명사이자 타임리스 아이콘으로 기억된다.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시대에 방영해 두 시대를 거쳐 온 미국의 대표적인 드라마 섹스앤더시티. 이 드라마 속 캐리 브래드쇼를 연기한 사라 제시카파커의 룩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당시 섹스앤터시티의 선풍적인 인기와 함께 캐리 브래드쇼의 스타일링은 뉴요커를 지향하는 여성들에게 교과서로 불렸다.

캐리 브래드쇼의 25년 전 룩은 요즘의 스타일과 견줘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지금의 유행을 예측이라도 한 듯이 세련되고 멋지다. 스카프를 여기저기 두르는 건 기본이고, 두건처럼 머리에 쓴 그녀의 스카프 스타일링은 20여 년이 흐른 요즘 가장 핫한 셀럽의 코디에 다시 등장한다.


2024년 코첼라에 등장한 헤일리비버의 룩에 전세계 패션 피플들이 이목을 집중했다. 스타디움 점퍼에 볼캡을 쓰고 그 위에 호피무늬 스카프를 뒤집어 쓴 룩. 반응은 뜨거웠다. 헤일리비버의 스카프 코디가 기폭제가 되어 많은 셀럽 뿐 아니라 대중들의 캐주얼 룩에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힙한 코디로 자리 잡았다.



수많은 패션 아이템 중 시대를 넘나들며 사랑받는 스카프가 왜 또 다시 주목 받는 것일까? 아마도 대표적인 '소확행' 아이템이라는 것도 한 몫을 할 것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은 가성비, 가심비를 만족시키는 아이템의 인기를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패션’에서 대표적인 소확행은 아마도 스카프일 것이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고 소비의 패턴이 꼭 필요한 것만 사는 실용주의로 돌아선 지 오래된 최근의 소비 경향을 볼 때 ‘스카프’의 유행은 립스틱 효과와 무관하지 않다. 립스틱 효과는 경기 침체기에 고가의 내구재 소비를 줄이고 립스틱 같은 작은 사치품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을 뜻한다. 쉽게 말해 명품백은 사지 않아도 기분 전환용 립스틱은 산다는 말이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여성들의 립스틱 컬러가 더욱 붉어진다"는 이야기와도 맥락을 같이할 것이다.


요즘 스카프를 목에만 두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목에 두르는 것은 기본이고 머리에 쓰고 허리에 두르고 팔목에 두르고 가방에 묶어 소위 백꾸(백 꾸미기)까지 한다. '한 가지로 이게 다 된다고?' 싶겠지만 가능하다. 실제로 셀럽들의 코디에서 심심찮게 보이는 룩이 무심하게 허리에 두른 스카프 코디다.

가디건이나 스웨터를 허리에 묶는 방법이 클래식한 방법이라면 요즘엔 스카프를 삼각형으로 접어 벨트처럼 묶어준다. 여유 있는 핏의 데님에 무심하게 묶은 스카프 코디. 쿨하고 경쾌하다. 매번 드는 가방이 지겹다면 스카프를 바꿔 묶어주는 것만으로도 분위기 전환이 된다. 가방의 스트랩을 따라 돌돌 묶어주는 방법 말고도 리본처럼 묶어 주면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머리에 둘러주면 MZ 무드가 된다. 스냅백이나 볼캡을 쓰고 그 위에 스카프를 두르면 스카프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힙해진다. 한가지로 수십가지의 변형이 가능한 만능 치트키라 부를만 하다.


최근에는 이게 유행이다 라고 규정된 룩이나 모두 하나의 모습으로 점철되는 획일적인 패션은 볼 수가 없다. 그만큼 패션이 다양화 되었고, 하나의 유행을 쫓기 보다는 각자의 스타일에 맞게 자신을 표현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유행하는 아이템이 무엇인지, 어떤 연예인이 무엇을 쓰고 입었는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나의 취향을 아는 것,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스타일이 가장 어울리는 지를 아는 것이 패션의 시작 아닐까. 내 몸과 내 스타일을 가장 잘 아는 건 스스로이기 때문에 나의 취향을 알고 찾아가는 과정을 즐기다보면 나만의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정립된다.

나의 스타일의 찾는 과정은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미디어와 AI 의 놀라운 발전으로 그 과정이 누구나에게 쉽게 열려 있는 시대가 됐다. 셀럽의 룩이나 핀터레스트 등을 통한 스타일 무드를 참고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과 섞어 도전해 보는 게 중요하다. 힌트를 얻어 내 식대로 해석해 보는 것. 이 과정이 있어야만 그저 유행을 따라한 룩이 아니라 나에게 잘 맞는 룩이 될 것이다.

계절이 바뀌니 무언가 새로운 아이템을 사고 싶다면, 가격대가 다소 부담스러운 아우터나 가방 보다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스카프를 추천한다. 심플한 룩에 스카프 하나만 둘러도 분위기가 달라진다. 가방에 묶거나 헤어 액세서리로도 활용 가능한 전천후 아이템. 작지만 확실한 포인트가 되는 스카프로 성큼 다가온 봄을 경쾌하게 맞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