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는 인공지능(AI) 기반 첨단 강군을 육성하기 위해 ‘국방 AX(AI전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예산만 1000억원에 육박하는 데다 여야 공동으로 국방인공지능기본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시작 단계라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지속적인 투자 노력이 이어진다면 전쟁 수행능력 강화 측면에서 분명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국방 AX 사업에 필요한 예산과 법안까지 마련된 만큼 이제 국방부와 군은 기반체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 무기체계·장비에 AI 기술과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취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보완해 나가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국방 AX 사업과 관련해 우선 필요한 제도적 개선 방안을 세 가지 꼽아 본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방 AX 총괄·전담 조직 신설이다. 국가AI전략위원회처럼 단순 자문기구가 아니라 AI 데이터 관리, 기술 개발, 실증, 보안 등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고 관리해 나갈 컨트롤타워가 필수다.
이 조직 수장에게는 최고데이터책임자(CDO) 및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의 지위와 함께 예산 조정·배분 등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는 게 옳다. 이를 바탕으로 국방·군사의 핵심 임무 위주로 AI가 구현 가능한 능력을 식별하고, 필요하면 산·학·연 등 민간 영역과 협업해 신기술 공유 및 데이터 연결 등 협업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둘째, 신속하고 유연한 무기 획득체계의 구축이다. 현재의 경직된 무기 획득체계로는 AI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기술의 빠른 변화 속도를 제대로 따라갈 수 없다. 민간 분야 AI 개발 성과가 무기 획득체계에 빠르게 적용·개선될 수 있도록 ‘기술 주도 소요기획’을 선제적으로 실행할 필요가 있다. 즉 군이 먼저 “이러이러한 무기가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이나 국방 연구진이 보유한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거꾸로 무기 체계의 소요를 결정하도록 하자는 얘기다. AI, 드론, 로봇, 사이버 등의 분야는 민간의 앞선 기술을 우선 채택할 수 있도록 미국식 ‘신속계약’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이렇게 되면 통상 수개월~수년 걸리는 계약을 수주 내 체결할 수 있다. 3차원(3D) 프린팅, 디지털트윈(가상공간 복제) 등 신기술을 전투부대에 적용해 이를 기반으로 전쟁 시뮬레이션을 하는 등 연구개발(R&D)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다.
셋째, 군과 AI 기업의 협업 활성화다. 기존 교육훈련 지원 차원을 넘어 전장 운용환경과 작전계획, 전술 등을 지원하는 개념으로 확대·적용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메타, 구글, 오픈AI, 팰런티어 등의 대표 AI 기업뿐만 아니라 실드캐피털, 안두릴 등 중소 회사까지 미 육군 특별부대와 협력해 AI 중심의 새로운 작전 개념과 전술 등을 개발 중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미국이 최근 이란을 상대로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을 수행할 때 AI 기반 정보 분석과 판단, 지휘 체계, 표적 식별 시스템 등을 처음으로 실전에 적용할 수 있었다.
이와 별개로 AI의 군사적 활용에는 데이터 보안과 교전 수칙 등 윤리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기술적·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일도 중요도가 낮지 않다. 미국 중국 등 우리보다 기술적으로 앞선 국가의 국방 AX 사업을 분석해 우리 군에 주는 시사점을 도출하고 대응 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