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한은 수장 신현송, 복합위기 뚫을 실력 보여달라

입력 2026-03-23 17:31
수정 2026-03-24 00:08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지명은 금융안정과 거시건전성 관리가 절박한 현 경제 상황에서 나무랄 데 없는 인선이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했고, 금융위기 및 금융안정 시스템 연구 공적으로 노벨상 후보로까지 거론된 국제금융·거시경제 분야 석학이다. 금리를 금융회사 대차대조표와 연계하는 등 통화 전달 경로까지 고려하는 그의 독창적 방법론은 한국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국의 통화 안정에 특히 유용한 툴로 평가받는다.

훌쩍 커진 경제 위상에 걸맞은 중량감도 장점이다. 신 후보자는 미국 중앙은행(Fed)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과 긴밀한 소통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인물로 손꼽힌다. 국제통화기금(IMF) 국제결제은행(BIS) 등에서 요직을 맡으며 쌓은 경험은 국제금융시장과 연계를 강화해야 할 한국의 중앙은행 총재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다. ‘실용주의적 매파’라는 스탠스도 안심을 더한다. ‘환율 달러당 1500원 시대 개막’이라는 시기적 특성, 금융 포퓰리즘이 확산 중인 상황에서 소신 있는 통화당국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지급결제 인프라, 디지털 화폐 질서에 관한 논문을 쓸 만큼 미래 설계에 관심이 크고 정통하다는 점도 주목 대상이다. 디지털화에 대한 명확한 방향 설정은 새 경제안보질서가 태동하는 변화의 시기를 선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자질이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근무 시절 이른바 ‘거시건전성 3종세트’를 설계한 것과 같은 실전 감각과 창의성으로 금융시장을 업그레이드하고 흔들리는 원화를 안정시켜주길 기대한다.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변화무쌍한 금융시장과 정파성이 유별한 국내 정치의 한가운데서 통화당국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증시 급등락이 보여주듯 한국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반응성은 남다르다. 게다가 통화 확장, 재정 확대를 선호하는 ‘비둘기 정치’가 득세하는 만큼 소신을 관철하려면 면밀한 실행계획이 선행돼야 한다. 고물가 저성장이라는 고질병에 중동전쟁발 고유가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가세했다. 물가·금융 안정이라는 한은 고유의 목표를 넘어 ‘안정적 성장궤도로의 재진입’이라는 국민 여망에 부응하려면 배전의 노력이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