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한국 화단은 단색화의 전성기였다. 흰색, 회색, 베이지색으로 캔버스를 채우고 비움과 절제를 미덕으로 삼던 그때, 이명미(76·사진)는 빨강과 파랑을 거침없이 짜냈다. 동물과 사람을 아이 그림처럼 단순하게 그리고 캔버스 위에 글씨까지 써넣었다.
홍익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그는 1974년 대구현대미술제 창립 멤버이자 최연소 여성 참가자로 화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반세기 넘게 구상과 추상, 원색과 문자, 회화와 콜라주를 한 화면에 뒤섞어 캔버스에 풀어냈다. 지난해 그는 “도전적 상상력과 색채감각으로 예술성 및 실험성을 동시에 갖췄다”는 평가와 함께 이인성미술상을 받았다.
서울 한남동 우손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얼마나 많은 이명미가 필요한가’에서 그가 걸어온 길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작 ‘랜드스케이프’는 1990년에 그린 그림을 잘라 새 캔버스에 붙인 뒤 2026년 붓질을 이어 그린 작품이다. 36년 전의 이명미와 지금의 이명미를 한 작품에서 함께 만날 수 있다. 전시는 5월 9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