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며 국내 항공사들도 항공유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과 베트남 등 아시아 일부 국가의 공항에서 한국 항공사에 급유를 제한한다고 선언하며 항공편 운항이 대폭 축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일본과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의 공항이 한국 항공사들에 항공유 신규 공급 계약을 하지 못한다고 지난주 통보했다. 현재 계약된 물량도 모두 맞춰주기 어렵다고 전해왔다. 자국 내 항공유 수급 상황이 어려워지자 외국 항공사의 급유부터 제한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항공기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하기 전 급유한 뒤 한국으로 돌아올 연료가 부족하면 현지 공항에서 추가로 급유한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가장 많이 쓰는 기종인 보잉 737-800은 도착지에서 추가 급유 없이 운항할 수 있는 시간이 1시간30분이다. 제주와 일본 등을 제외한 대다수 지역에서 급유해야 한다. 항공사들은 현지 공항의 조업사들과 1~2년 단위로 공급 계약을 맺고 매월 국제 유가와 환율 등을 반영해 정해진 가격에 항공유를 공급받는다. 이 계약분을 앞으로 제대로 조달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글로벌 항공사들도 비상 계획을 세우고 있다. 벤 스미스 에어프랑스·KLM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유럽보다 동남아가 중동산 연료 의존도가 높다”며 “동남아에서 돌아올 연료를 구하지 못하면 비행을 못 한다”고 토로했다. 윌리 월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회장은 “이제까지 겪은 공급 문제 중 가장 심각하다”고 했다.
가격도 부담이다. 항공유 가격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항공유(MOPS)는 중동 사태 2주차인 3월 둘째 주 배럴당 평균 179.5달러에 거래됐다. 중동 사태 이전보다 98%가량 급등했다. 3월 셋째 주에는 배럴당 200달러를 웃돌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항공권 운임을 단속하며 항공사 수익성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노유정/신정은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