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 23일 오후 4시 32분
증시 급등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증권사들도 ‘아픈 손가락’이 있다. 기업의 상장과 회사채 발행 등을 돕는 기업금융(IB) 부문이다. 대기업 기업공개(IPO) 사장이 중복상장 금지 조치로 급감한 데다 회사채 발행도 예전 같지 않다. 인수합병(M&A) 등을 희망하는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인수금융도 홈플러스 사태를 기점으로 위축하는 모양새다.
◇삼중고 겪는 증권사들올해 1월부터 이달 23일까지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 수는 11곳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3곳)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정부의 중복상장 금지 조치로 대기업 계열사들의 상장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작년엔 LG CNS, 동국생명과학 등 대기업과 중견기업 계열사 여럿이 증시에 입성했다.
회사채 시장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지난 1~3월 회사채 발행 규모는 32조34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9조5941억원)보다 18.3% 감소했다. 이번 주 발행을 앞둔 기업은 SK(2500억원), 현대차증권(1000억원), 한일시멘트(600억원) 정도다. 예년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번 주부터 주요 기업들의 주주총회 일정이 이어지는 만큼 단기적으로 회사채 발행 물량이 많이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사모펀드운용사(PEF)의 인수합병(M&A)이 감소하면서 인수금융 시장도 함께 위축되는 모습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사태 이후 금융당국의 감독 강화와 투자심리 위축이 맞물리면서 M&A가 감소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신규 거래는 드물고 차환 요청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증권사 IB 부문의 실적도 내리막길을 겪고 있다. 국내 IPO와 부채자본시장(DCM) 부문 주관 1위인 KB증권의 지난해 인수·거래 주선 수수료 수익은 1167억원으로 전년(1270억원)보다 8.1% 줄었다. 2022년 1678억원, 2023년 1353억원, 2024년 1270억원에 이어 3년 연속 감소세다. 미래에셋증권(-12%), NH투자증권(-3.1%), 삼성증권(-24.9%)도 1년 전보다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었다. ◇전체 실적은 우상향IB 부문의 부진에도 증권사의 실적 지표는 계속 우상향 중이다. 이달 하루 평균 주식 거래대금이 49조2000억원을 기록하면서 매매 수수료 수익이 급증한 영향이다. 자산관리(WM) 부문도 꾸준하다. 전문적인 자산관리를 희망하는 개인투자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최근 펼쳐지고 있는 변동성 장세도 증권사에 나쁠 게 없다. 중개(브로커리지) 수수료는 주가가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등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증가한다. 주가가 급등하면 ‘곱버스(지수 하락률 2배 수익)’를, 급락하면 ‘레버리지(지수 상승률 2배 수익)’ 사들이는 개인투자자가 늘어나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올해 들어 23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선 서킷브레이커(20분 매매 제한)가 2회, 사이드카(5분간 프로그램 매매 제한)가 10회 발동됐다.
미래에셋증권·한국금융지주·삼성증권·NH투자증권·키움증권 등 5개 대형 증권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3조2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9% 증가할 전망이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