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K컬처, 성덕대왕 신종처럼 세계로 퍼져가길"

입력 2026-03-23 18:11
수정 2026-03-24 07:25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 박물관에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K컬처 확산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상설전시관을 함께 둘러봤다.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K팝 가수의 앨범에 우리 문화를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눴다. 이어 사유의 방, 분청사기·백자실, 청자실, 감각전시실 등을 차례로 소개했다.

유 관장은 “그중 특히 들려주고 싶은 것은 ‘성덕대왕 신종’의 소리였다”며 “음악 하는 사람이면 이 소리는 꼭 들어봐야 한다고 방 의장에게 권했다”고 했다. 1000여 년 전 신라 장인이 빚어낸 종소리는 장중하면서도 맑고, 한 번 울리면 맥놀이가 길게 이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성덕대왕 신종의 명문에는 이 소리가 ‘진리의 원음’이라고 새겨져 있다. 부처님 말씀을 글로 옮기면 불경이 되고, 모습을 형상으로 옮기면 불상이 되듯, 목소리를 옮겨놓은 것이 바로 종소리라는 의미다.


방 의장은 성덕대왕 신종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그 소리는 BTS의 새 앨범 수록곡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문화유산의 ‘원음’이 오늘의 음악 속으로 들어가 세계로 퍼져나가게 된 셈이다.

유 관장은 ‘박물관이 K컬처의 뿌리’라고 불리는 까닭도 여기서 찾았다. 박물관의 유물이 오늘의 감각과 만나 새로운 콘텐츠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BTS가 광화문을 화려하게 수놓고 블랙핑크가 국립중앙박물관을 핑크색으로 물들이는 가운데, 전통과 현대는 새로운 방식으로 만나고 있다”며 “그 만남 속에서 K컬처는 시대의 언어이자 세계적 문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광화문(光化門)이라는 이름에 ‘빛이 사방으로 퍼진다’는 뜻이 담겨 있듯, 우리 전통 또한 오늘의 언어를 입고 더 넓은 세계에 퍼져나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