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청약을 통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하는 게 어려워질 전망이다. 여당이 분양가상한제 적용 민간 분양주택 청약자에게 ‘국민주택채권’ 매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른바 ‘로또 청약’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으로, 최근 5년 분양 단지에 적용할 경우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환수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택채권 입찰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23일 밝혔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민간주택을 분양받을 때 청약자가 국민주택채권을 매입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등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단지는 인근 시세보다 최대 30% 저렴해 ‘로또 청약’으로 불린다. 5년 이내 실거주 의무 외에 시세 차익은 당첨자가 가져가 분양 때마다 높은 청약 경쟁률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6월 국무회의에서 “로또 분양은 분양가 상한 제한으로 인해 실제 시세와 크게 차이가 발생해 주변 집값을 폭등시키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개정안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에서 민간주택을 분양할 경우 계약자가 일정 규모 ‘국민주택채권’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했다. 2006년 판교 신도시 분양 당시 과도한 청약 경쟁을 막기 위해 도입됐던 제도를 부활시키는 셈이다. 다만, 공공택지에 공급되는 공공분양 주택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매입해야 하는 채권 상한액은 인근 지역 시세의 100%에 미달하도록 설정했다. 분양가가 인근 시세의 90%면 채권 매입액은 주변 시세와의 차익인 10% 이내로 정해지는 것이다. 채권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주택도시기금에 활용한다.
안 의원은 “과도한 청약 수요 쏠림 방지뿐만 아니라, 최근 청약통장 가입자 수 감소로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택도시기금 재원 충당에도 상당 부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시세보다 낮게 분양한 민간주택 23곳에 주택채권입찰제를 도입하면 최대 1조5000억원의 시세차익을 환수할 수 있다. 2024년 주택채권 발행액(14조1000억원)의 10.6%에 달한다.
업계에선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 내 청약자의 부담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청약자가 채권을 매입 후 즉시 할인 매각하기 때문에 사실상 세금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며 “분양 가격과 별개로 부담이 더 늘어나면 분양시장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