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곳 아파트 인터폰에 냉·난방 기술 결합"

입력 2026-03-22 17:11
수정 2026-03-23 10:18
지난 2월 경동나비엔이 스마트홈 전문 기업 코맥스 경영권을 320억원에 인수하자 업계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1968년 설립된 코맥스는 도어폰으로 시작해 현재 국내 스마트홈 시장의 33%를 차지하고 있는 전통의 강자다. 하지만 2020년 이후 매년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만성 적자 상태에 빠졌다. 인수 후 새롭게 코맥스를 이끌고 있는 김종욱 대표(사진)는 “지난 58년간 코맥스가 쌓아온 스마트홈 기술력과 인프라의 가치를 본 것”이라며 “경동나비엔이 추구하는 ‘통합 공기질 플랫폼’ 기업으로의 성장을 완성할 핵심 사업”이라고 밝혔다.

◇데이터 기반 주거 환경 최적화김 대표는 지난 20일 경기도 성남 코맥스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집 안의 온·습도와 공기질, 조명까지 삶의 질을 좌우하는 모든 요소를 사용자 맞춤형으로 최적화하는 스마트홈을 구현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KA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 박사 출신인 김 대표는 한화테크윈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낸 뒤 2019년 경동나비엔 그룹에 합류했다. 경동나비엔뿐 아니라 모기업인 경동원 대표까지 거치며 그룹 전체의 연구개발(R&D)을 주도했다.

코맥스는 국내 최초로 인터폰을 개발한 기업이다. 음성 중심의 도어폰을 영상 기반의 비디오폰으로 전환한 곳도 코맥스다. 공동현관의 로비폰부터 도어록, 집안 내 난방과 환기, 조명을 제어하는 월패드까지 스마트홈 인프라를 주력으로 만든다. 전국 2000여 개 아파트 단지에 코맥스 제품이 설치돼 있다.

김 대표는 코맥스 인수의 배경으로 ‘제품 기업’에서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경동나비엔은 2023년 주방후드 전문 업체 리베첸의 자산을 인수한 데 이어 2024년 SK매직에서 가스 및 전기 레인지, 전기오븐 영업권을 인수하며 보일러와 환기청정기, 온수펌프 중심이던 제품군을 대폭 확장했다.

김 대표는 코맥스의 스마트홈 인프라에 경동나비엔의 난방·환기·공기청정 기술을 결합해 통합 제어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을 세웠다. 실내 공기질이 나빠지면 환기청정기가 자동으로 작동하고, 외부 온도와 생활 패턴에 맞춰 냉·난방이 조절되는 식이다. ◇“58년 쌓은 고객 인프라 강점”58년간 코맥스가 구축한 고객 인프라도 경동나비엔이 인수를 선택한 핵심 요인이다. 김 대표는 “월패드 등 스마트홈 제품의 교체 주기는 보통 15년으로 긴 편이지만 오랜 기간 고객 수가 누적되면서 매년 상당한 규모의 교체 수요가 발생한다”며 “지금은 80여 개국이지만 한때 120여 개국에 수출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수출 잠재력도 크다”고 설명했다.

올해 김 대표의 ‘미션’은 회복의 발판을 마련하는 일이다. 10년 전인 2016년 매출 1318억원, 영업이익 116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건실하던 실적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646억원에 49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정도로 악화됐다. 2020년부터 6년간 누적 영업손실만 600억원대에 이른다.

김 대표는 “건설 경기 침체와 신사업 부진이 겹쳐 오랜 기간 적자 상태였지만 본업에 충실한다면 절대 적자를 볼 수 없는 사업”이라며 “본업 외 신사업을 걷어내고 경동나비엔과 협력해 수준 높은 공기질 플랫폼을 구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국내뿐 아니라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한국형 주거 인프라가 확산하는 지역을 공략해 2030년 그룹 전체 스마트홈 사업을 2000억원 규모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남=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