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HBM4(6세대 고대역폭메모리)에 대한 엔비디아 공급은 '압도적으로 늘린다'는 기조로 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HBM 개발을 총괄하는 황상준 메모리개발담당(부사장)이 지난 16일(현지 시간) 엔비디아의 GTC 2026 행사장에서 한 말이다. 그가 말한 프리미엄 HBM4는 초당 동작 속도가 13기가비트(Gb)로 엔비디아의 요구 조건(10~11Gb 이상)을 크게 웃도는 고성능 제품을 뜻한다. 그는 이날 "100% 제품이 고성능으로 다 나오니까, 거기에 맞춰서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고성능 HBM4가 100%다"현재 초당 13Gb 속도를 낼 수 있는 HBM4를 만드는 곳은 삼성전자 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자사 HBM4에 대해 공식적으로 '11.7Gb'를 말한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대상 고성능 HBM4 공급을 확대하면, 엔비디아 대상 삼성전자의 HBM4 점유율이 업계 전망치인 '30%'보다 올라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황 부사장은 점유율에 대해선 "저는 엔지니어라서 엔비디아 대상 점유율은 잘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황 부사장의 자신감은 'HBM4의 두뇌'로 불리며 성능과 전력 컨트롤을 담당하는 '베이스다이'의 기술력에서 나온다. 요즘 HBM 고객사는 성능과 저전력을 동시에 요구한다. AI 서비스 고도화로 고성능 HBM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데, 덩달아 커지는 전력 소모와 발열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준(俊) 첨단 공정인 4㎚ 파운드리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전력 안정성을 좌우하는 파워 커패시터를 극대화했다. 로직 공정 기반 MIM(metal insulator metal) 커패시터를 새롭게 적용한 점도 삼성전자가 HBM4에 적용한 주요 개선 사항으로 꼽힌다. MIM 캐패시터는 '금속?절연막?금속' 구조의 커패시터로, 면적 대비 정전용량(전하를 저장하는 능력)이 높아 전압·온도 변화에도 성능이 안정적인 전력 안정화 소자다.
황 부사장은 "HBM4부터는 성능과 전력 효율성을 맞추는 게 가장 어려웠다"며 "첨단 공정을 스면 원가 측면에선 부담이 되지만 HBM이 지향하는 콘셉트를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성능 23% 높였는데 전력 소모는 동일이날 삼성전자는 HBM4의 다음 세대 제품으로 내년 출시 예정인 엔비디아의 '베라 루빈 울트라'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4E(7세대)에 대해서도 힌트를 줬다. 현재 HBM4E는 내부 평가 중으로, 올 3분기 샘플을 보내고, 4분기 초도 양산을 하는 스케줄을 추진 중이다.
HBM4E의 베이스다이는 HBM4와 같은 4㎚를 쓴다. 하지만 "HBM4의 4㎚와는 다르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HBM4E의 초당 동작 속도는 16Gb로 HBM4(13Gb) 대비 23% 개선됐지만, 전력 소모량은 똑같다. 황 부사장은 "4㎚ 공정이 진일보했다"며 "동일한 구조로 빨리 디자인을 해서 엔비디아의 빠른 일정에 맞춰 공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HBM5(8세대)부터는 2㎚ 공정에서 베이스다이를 만들 계획이다. 코어다이로 불리는 기본 재료인 D램은 10나노 6세대(1C)다. HBM5E부터는 2㎚ 베이스다이에 10나노 7세대(1D)가 들어간다. TSMC 3nm 고심하는 SK SK하이닉스의 고심은 커지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HBM4 최종 샘플을 엔비디아에 보낸 상태다. 이 샘플은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데이터 전송 속도(초당 11.7Gb)에 맞추기 위해 지난해 4분기부터 일부 설계 수정과 최적화 작업을 거쳐 완성한 제품이다.
SK하이닉스는 HBM4 베이스다이를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의 12㎚ 공정에서 생산했다. 삼성전자가 활용한 4㎚와 격차가 큰 '구형' 공정으로 평가된다.
HBM4에서 상대적으로 삼성전자 대비 엔비디아 검증 속도가 늦은 SK하이닉스는 HBM4E에서 반격을 준비 중이다. 코어다이에 10나노 5세대(1B) D램을 썼던 HBM4와 달리 4E에선 삼성전자와 같은 1C를 쓸 계획이다.
파운드리와 관련해서도 당초 HBM4와 같은 TSMC 12㎚를 쓸 계획이었지만, 최근 3㎚를 검토 중이란 얘기가 흘러나온다. 3㎚는 TSMC의 첨단 공정에 속한다.
원래 SK하이닉스는 고객 맞춤형 HBM에만 3㎚를 적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개선된 4㎚ 공정을 활용해 HBM4E에서 동작 속도 16Gb를 달성, 선공을 날리자 SK하이닉스의 속내가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3㎚ 베이스다이를 쓰면 성능 개선폭은 클 수 있지만, 제품 원가가 12㎚를 쓸 때보다 급증한다. 업계에선 TSMC의 3㎚ 공정 웨이퍼 단가가 12㎚ 대비 4~5배 비싸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