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9시부터 여기서 쭉 기다렸어요. 티켓이 없거든요. 좋은 자리 잡고 싶어요."
21일 오전 9시 50분경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인근에 설치된 철제 펜스 앞에서 탕안호(23·베트남) 씨가 후드티 모자를 뒤집어쓴 채 이같이 말했다. 그와 같이 온 친구들 또한 패딩에 후드티, 장갑, 접이식 캠핑 의자까지 준비했다. 노숙을 위해 중무장한 것이다. 탕안호씨는 "인근에 숙소를 잡지 못했다"며 "한국에 공부하러 왔는데 BTS를 너무 좋아해서 광화문 광장에 왔다. 경기도 포천시에서부터 왔다"고 했다.
이날 오후 8시 BTS의 광화문 컴백 공연을 앞두고, 이른 아침부터 광화문광장이 BTS 팬덤 '아미(ARMY)'들로 차기 시작했다. 공연 표를 얻지 못한 팬들은 무대를 옆에서 볼 수 있는 '명당'을 잡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움직였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정오께 현재 광화문과 덕수궁 인근에는 2만2000∼2만4000명이 모였다. 3시간 전보다 91.9%, 1시간 전보다 20.8% 늘어났다. 아직은 실시간 인구 혼잡도가 '여유' 수준이지만 오후 1시부터는 '보통', 오후 2시부터는 '약간 붐빔'으로 상향될 전망이다.
필리핀에서 온 키므로나(35) 씨와 마빈(38) 씨는 새벽 3시에 일어나 준비했다. 경기도 화성시에서부터 대중교통을 타고 와야 했기 때문이다. 키므로나씨는 "지하철 첫차 타고 1시간 20분 걸려서 왔다"며 "언제부터 팬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노래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마빈씨는 "우리는 콘서트도 못 가봐서 이렇게 BTS를 직접 보는 게 처음"이라며 "너무 기대된다. 오는데 피곤하지도 않았다"라고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이어 키므로나씨는 "밥보다 중요한 게 사진"이라며 "휴대폰 배터리가 다 닳으면 사진도 못 찍는다. 그래서 보조배터리를 넉넉히 챙겼다"라며 가방에서 보조배터리 2개를 꺼내 보여줬다.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가방에 싸 온 외국인 팬도 있었다. 좋은 자리를 잡으면 이동할 수 없어, 끼니를 한자리에서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독일에서 온 20대 여성 루시씨는 계단 위에 앉아 즉석밥에 조미김을 싸서 먹었다. 그와 함께 온 여동생 에밀리, 남동생 A씨 또한 딸기를 먹고 있었다. 루시씨는 "아침, 점심, 저녁 다 가져왔다"며 "빵, 딸기잼, 과자, 계란 김 다 가져왔다"고 소개했다.
식량을 봉지째 구비한 가족도 있었다. 스페인에서 온 마카레나씨와 가족들은 흰 비닐봉지에 빵 등 음식을 가득 담아왔다. 봉지만 2개였다. 마카레나씨는 "한 달 동안 한국 전국을 여행할 계획이었다"며 "여행하러 온 우리 가족한테 BTS 공연은 완전 서프라이즈였다. 티켓이 없어 오늘 계속 기다릴 거다. 오전 8시부터 왔다"고 설명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대기만 12시간이었지만 외국인 팬들은 괜찮다고 입을 모았다. 스웨덴에서 온 파티마씨는 "2014년부터 BTS를 좋아했다. 직접 보는 건 처음이라 별로 준비도 못 하고 왔다"며 "밥 챙기는 걸 까먹었는데 괜찮다. 추운 것도 괜찮다. 스웨덴에서 와서 추위에 강하다"라고 미소 지었다.
팬들 중 일부는 야외에서 명당을 차지하는 것을 포기하고 무대 전광판이 잘 보이는 카페를 선택했다. 세종문화회관 인근 프랜차이즈 카페가 대표적이다. 해당 카페 3층은 통창이라 무대 전광판과 공연 상황이 잘 보였다. 창가 자리는 이미 만석이었다. 엎드려서 자는 사람도 있었다. 미국에서 온 엘리(21) 씨와 메디슨(22) 씨는 "오전 8시에 도착해 창가 자리를 사수하는 데 성공했다"며 "계속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대기시간을 견디기 위해 카드 게임을 챙겨온 팬도 있었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20대 여성 B씨는 "아침 7시부터 왔다. 명동에 숙소를 잡아 아침 일찍부터 올 수 있었다'며 "공연하기 전까지 원카드 하면서 기다릴 생각"이라며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BTS의 컴백 공연은 이날 오후 8시부터 1시간 동안 광화문 광장 무대에서 무료로 진행된다.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BTS THE COMEBACK LIVE | ARIRANG) 공연으로 BTS는 앨범 '아리랑'에 수록된 신곡과 그간의 히트곡을 노래할 예정이다. 무대는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개 국에 생중계된다.
이날 광화문 일대에는 약 26만명이 모일 전망이다. 정식 관객 수는 약 2만2000명이지만 경찰은 광화문 광장 일대에 약 26만명이 모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이수 한경닷컴 기자 2su@hankyung.com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