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샀다 팔았다 지쳤어요"…30대 직장인, 퇴직연금 베팅한 곳

입력 2026-03-21 19:14
수정 2026-03-21 19:21

직장인 양모씨(32)는 최근 퇴직연금 계좌 자산 대부분을 타깃데이트펀드(TDF)로 재편했다. 그동안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를 수시로 갈아타며 수익을 노렸지만 번번이 매수·매도 타이밍을 놓치며 손실이 누적됐기 때문이다. TDF로 갈아탄 이후에는 수익률의 등락 폭이 눈에 띄게 줄었고, 완만하지만 꾸준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처럼 안정적인 수익 흐름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TDF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처럼 10년 이상 장기 운용이 필요한 자산은 단기간 수익률보다 변동성을 관리하며 꾸준히 수익을 쌓는 전략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샤프비율’로 안정성 확인TDF는 ‘자율주행 연금’으로 불리는 대표적인 생애주기형 펀드다.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기준으로 주식과 채권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한다. 은퇴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초기에는 주식 비중을 높여 수익률을 추구하고,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채권 비중을 확대해 변동성을 낮춘다. 투자자는 자신의 은퇴 연도에 해당하는 ‘빈티지’를 선택하는 것만으로 자산 배분 전략을 완성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TDF를 선택할 때 단순 수익률보다 ‘샤프비율’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샤프비율은 투자 위험 대비 초과 수익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변동성 대비 효율적인 성과를 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한 해 20% 수익을 내고 다음 해 절반으로 떨어지는 상품보다 매년 6~7%씩 안정적으로 상승하는 상품이 장기적으로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실제 펀드 성과를 뜯어보면 샤프 비율이 왜 중요한지 드러난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한국형TDF2050(UH)’는 2019년 설정 이후 연환산 수익률이 13.2%로 같은 기간 S&P500(20.0%)나 코스피(16.5%) 수익률보다 낮았다. 그러나 ‘위험 대비 수익’을 따져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TDF의 연환산 변동성은 12.6%로 S&P500(19.4%)과 코스피(21.7%)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증시가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폭을 유지하며 하락장을 견뎌냈다는 뜻이다.

이 상품의 샤프비율은 1.04로 S&P500(1.03)과 코스피(0.76)를 모두 웃돌았다. 단순 수익률 경쟁에서는 밀리지만, 하락장에서 손실을 줄이며 투자 지속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라는 평가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장기 투자에서는 높은 수익률보다 변동성을 관리하며 복리 효과를 꾸준히 누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연금 계좌에 샤프비율이 높은 상품을 담아 시장 상황에 대응해야한다”고 말했다. ◇高빈티지로 주식 비중 확대TDF는 안정성뿐 아니라 수익성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펀드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 중인 2045년 빈티지 TDF의 최근 1년 평균 수익률은 19.05%에 달한다. 2055년 빈티지는 20.66%를 기록했다. 2045 빈티지 중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은 ‘KCGI 프리덤TDF’로 1년간 27.04% 올랐다. ‘한화LifePlusTDF’(25.61%), ‘신한마음편한TDF’(23.19%), ‘우리다같이TDF’(22.66%) 등도 20%를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원하는 경우 ‘고빈티지’ 전략도 활용할 수 있다. 실제 은퇴 시점보다 더 먼 시점을 기준으로 한 TDF를 선택하면 주식 비중이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예를 들어 2060년 빈티지 TDF는 주식 비중이 약 80% 수준에 이른다. 장기 투자 여력이 있는 투자자라면 높은 기대 수익을 노릴 수 있는 구조다.

퇴직연금 제도상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도 TDF가 활용된다. 퇴직연금 계좌는 전체 자산의 30% 이상을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편입해야 하는 ‘30% 룰’이 적용된다. 하지만 위험자산 비중이 80% 이하인 ‘적격 TDF’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계좌에 100%까지 편입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계좌의 70%를 주식형 ETF로 구성하고 나머지 30%를 고빈티지 TDF로 채워 실질 주식 비중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전략도 가능하다.

박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