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테마형 ETF…“차별점·수익률 따져보고 투자 결정해야”

입력 2026-03-21 10:49
수정 2026-03-21 10:50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커지면서 테마형 ETF가 급증하고 있다. 시장 대표지수를 단순 추종하는 대신 유망 테마에 집중 투자하려는 개인투자자들이 늘면서다. 증권가는 각 테마의 성장 여력과 ETF별 차별화 여부를 꼼꼼히 따져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올들어만 30조원 ‘뭉칫돈’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 기준 국내 테마형 ETF 순자산(AUM) 규모는 총 73조9779억원으로, 지난 3개월간에만 약 30조원이 불어났다. 2022년 말 12조8930억원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다섯배 넘게 증가했다. 최근 국내외 증시 상승세가 반도체, 고배당·주주환원, 우주·항공 등 일부 테마에 집중되자 테마형 ETF를 찾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새로운 테마형 ETF 상품도 속속 나오고 있다. 기존 ETF보다 종목 선정 기준을 좁혀 뚜렷한 테마를 잡으려 한 게 특징이다. 지난 17일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국내 코스닥 바이오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TIGER 기술이전바이오액티브‘ ETF를 상장했다. 이 ETF는 리가켐바이오, 올릭스, 에이비엘바이오, 삼천당제약 등 글로벌 빅파마 등에 대한 기술이전 가능성이 높은 바이오 기업에 투자한다. 단순히 시가총액 순으로 바이오 기업을 담은 게 아니라 계약 규모의 확장 가능성, 파이프라인 혁신성 등을 따져 기술이전 테마에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주요 산업 수출 상위 기업만 담는 ETF도 나온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이달 말 ‘ACE K수출핵심TOP10산업액티브 ETF’를 상장할 예정이다. 반도체와 조선 방산, 원전, 전력기기 등 수출 테마 10개 중 섹터별 대표 종목 1개 이상을 편입해 10~15종목을 편입하기로 했다. ○수익률 들쭉날쭉테마형 ETF는 지수형 ETF에 비해 투자 범위가 좁다. 그만큼 수익률도 들쭉날쭉하다. 시장 전반이 오르는 와중에도 특정 테마 기업은 실적 기대가 확 가라앉을 수 있다.

ETF체크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수익률(분배금 재투자 기준)이 가장 높은 테마는 원자력과 반도체로 나타났다. 이중 수익률이 가장 높은 테마형 ETF는 ‘TIGER 코리아원자력’으로 올들어 127.23% 올랐다. 다른 원자력 ETF인 ‘SOL 한국원자력SMR’과 ‘KODEX 원자력 SMR’도 각각 수익률이 112.23%, 102.32%에 달한다.

반도체 테마 ETF 수익률도 높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눈높이가 나날이 오르고 있어서다. 이들 기업은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규모 증가세에 따라 D램, 낸드플래시 등 기성 메모리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두 축으로 한 ‘RISE AI반도체TOP10(100.42%)’과 ‘TIGER 반도체 TOP10’(71.36%), ‘HANARO Fn K-반도체(71.35%)’ 등이 70%대 수익률을 냈다. 이외에도 AI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는 전력기기 테마 ETF, 미국과 이란간 전쟁 영향에 오른 방산·에너지 ETF도 수익률 상위권에 들었다.

같은 기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테마형 ETF도 많다. 미국 AI 소프트웨어 테마에 투자하는 ETF가 대표적이다. 범용 AI 서비스가 고도화하면서 기성 소프트웨어 기업의 수익 모델이 무너질 수 있다는 관측에 줄하락했다. 올들어 ETF 수익률 하위 10개 중 7개가 미국 소프트웨어 테마 상품이다. 지난 20일 기준 TIGER 미국AI소프트웨어TOP4Plus가 22.66% 떨어져 하락폭이 가장 크다. ‘KODEX 유럽명품’(-11.89%), HANARO e커머스(-11.78%) 등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경기 둔화 우려에 중산층 등의 비필수재 소비가 줄어들면서 이들 테마 관련 기업이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는 까닭에서다. ○상승 여력·전략 차별화 여부 따져야테마형 ETF는 통상 특정 테마가 주목받기 시작한 뒤에 시장에 나온다. ETF 출시 후에도 더 오를 여력이 얼마나 될지 면밀히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삼성자산운용은 오는 31일 광통신을 테마로 한 ‘KODEX 미국AI광통신네트워크 ETF’를 출시할 계획이다. 주요 구성종목으로 거론되는 미국 루멘텀홀딩스는 1년 전에 비해 주가가 1049.52% 급등했다. 다른 광통신 관련 기업들도 비슷하다. 시에나(526.07%), 코닝(172.93%), 노키아(44.02%) 등도 이미 큰 폭으로 상승했다. 김천흥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주요 광통신주 상승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보고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며 “글로벌 빅테크들이 자체 데이터센터를 늘리고 있는 만큼 데이터 전송을 빠르게 돕는 광통신 부품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했다.

같은 테마 내 ETF별 차별화 포인트도 확인해야 한다. 특정 테마의 인기가 치솟을 때 비슷한 ETF가 우후죽순 쏟아져 수익률 차이를 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다. 섹터 상승세를 주도하는 주요 기업 수가 적은 경우엔 더욱 그렇다. 비만치료제 테마 ETF가 대표적이다. ‘TIGER 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 ETF, ‘KODEX 글로벌 비만치료제 TOP2 Plus’ ETF, ‘RISE 글로벌비만산업TOP2’ ETF 등은 포트폴리오 내 절반 가량을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로 채우고 있다.
테마형 ETF는 지수형 ETF과 달리 시장에서 밀려나기 쉽다는 것도 유의할 점이다. 특정 섹터 투자 붐이 지나면 거래에서 소외돼 자칫 상장폐지까지 몰릴 수 있어서다. 코로나19 봉쇄조치 전후 가상세계 시장 기대에 쏟아져 나온 메타버스 테마 ETF가 그런 사례다. 한때 11개 상품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운용되는 상품은 네 개에 그친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일정 기간이 지나도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을 ETF 상품을 골라 투자하라”며 “산업별 트렌드를 꾸준히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성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