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發 LNG 공급난 장기화 조짐…국내 '전기료 쇼크' 온다

입력 2026-03-20 17:33
수정 2026-03-21 01:42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기지인 카타르 라스라판 산업단지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으면서 LNG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우려가 커졌다. 사드 알카비 카타르에너지(QE) 최고경영자(CEO)가 한국 등과 맺은 장기 공급 계약에 최장 5년간 ‘불가항력’을 선언할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한국은 카타르산 LNG 비중을 줄이고 수입처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국제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겪은 전기료 인상 쇼크가 재연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LNG 대란 장기화
에너지 컨설팅 업체 우드매켄지는 19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이번 공격으로 세계 천연가스 시장 전망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해소되면 공급이 재개될 것이란 기존 전망과 달리 타격받은 설비 복구에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카타르는 이달 초부터 가스 생산을 중단한 상태로, 전쟁 종료 여부와 무관하게 최소 수개월 이상 공급 차질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아시아와 유럽 간 ‘LNG 확보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타르 물량의 80% 이상이 아시아로 향해온 만큼 아시아 시장 충격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낮춘 유럽까지 가세해 제한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LNG는 석유와 달리 공급국이 분산돼 있는 데다 생산 설비가 이미 최대치로 가동 중이어서 단기간 내 대체 물량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석유보다 LNG의 가격 변동성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동북아시아 LNG 현물 가격은 전쟁 이전 1MMBtu당 19달러 수준으로 급등했다.◇LNG 대란에 송전 제약까지한국 정부는 LNG 수입처 다변화로 대응하고 있다. 2023년 20%에 육박한 한국가스공사의 카타르산 LNG 수입 비중은 지난해 14%대로 낮아졌다. 미국·호주 등으로 조달처를 확대하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에 대응하는 한편 미국 에너지 수입을 늘리기 위한 조치다.

이달 초 카타르는 3~4월 한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에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정부는 민간 에너지 기업 보유 물량을 긴급 확보해 단기 공급 불안을 넘겼다. 향후 카타르와의 계약이 만료되면 재계약하지 않는 방식으로 카타르 의존도를 내년 8% 수준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민간 LNG 발전업계도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E&S, GS에너지,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의 중동산 직수입 비중이 약 3%로 낮아 당장 물량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공급 차질이 길어지면 국제 가격이 고공행진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경우 수입처 다변화만으로는 비용 부담과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 국내 발전용 연료는 LNG 비중이 높아 전력 수급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카타르산 비중을 줄인다고 해도 공급 차질이 길어지면 국제시장에서 LNG 가격이 뛸 수밖에 없고, 이를 비싼 현물로 계속 조달하면 3~4개월 뒤에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력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LNG 발전을 줄이고 원전과 석탄발전 가동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 제약이 크다. 송전망 부족이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원전과 석탄발전 설비 용량은 16기가와트(GW)지만 동해안 지역의 송전 가능 용량은 11GW에 불과하다. 발전 여력이 있어도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내지 못하는 구조다.

한경제/김리안/안시욱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