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의 전쟁을 대하는 미국과 이스라엘 태도가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까지 “조기 종전”을 공언하고 나섰지만 장기전을 대비하는 쪽으로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시장은 ‘말’에 주목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한때 배럴당 120달러 수준으로 치솟은 브렌트유가 100달러대 초반까지 급락한 것은 조기 종전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 움직임을 분석하면 전쟁은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란산 원유 제재도 해제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예루살렘 기자회견에서 “이 전쟁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한 것과 이어지는 발언이다.
하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 같은 발언이 유가를 중심으로 한 시장 불안정성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 수사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같은 날 피터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국방부) 장관이 이란과의 전쟁을 위해 2000억달러(약 300조원) 규모 추가 예산을 의회에 요청한 것이 대표적인 이유다.
2000억달러 추가 요청은 전쟁 장기화 가능성을 내포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개전 후 12일 동안 미국이 쓴 비용을 165억달러(약 25조원)로 추산했다. 포천지는 2000억달러로 약 140일간 전쟁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 상당 기간 전쟁이 지속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는 뜻이다.
원유 공급을 안정화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각종 제재 조치를 해제하는 것도 장기화를 예견하게 하는 대목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며칠 내로 해상에 있는 이란산 원유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쟁 상대방인 이란에 경제적 이득을 안겨주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점에서 모순이지만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가 불안을 더 주목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달 말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이 연기된 것도 ‘4~5주’라는 시한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전쟁 목표 어디까지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은 더 이상 우라늄을 농축할 수 없으며 탄도미사일을 제조할 능력도 상실했다”고 말했다. 전쟁 초기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목표로 밝힌 ‘이란 핵 능력 제거’가 달성됐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내 주요 목표물 7000여 개를 폭파했다.
두 나라가 전쟁 장기화에 대비하면서 이란의 신정체제가 붕괴할 때까지 전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쟁이 장기화 수순에 접어들수록 호르무즈해협 봉쇄 해제는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댄 케인 미국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중무장 A-10 공격기(워트호그)와 아파치 공격 헬리콥터가 호르무즈해협 상공과 이란 남부 해안 근처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드론과 소형 함선을 이용한 이란의 공격을 원천 차단해 해협 안전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도 최소 수주가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 재개방을 위해 하르그섬을 지상군으로 점령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원하고, 하르그섬을 지상군으로 점령하거나 유조선 접근을 막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액시오스는 보도했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에 통행세를 물리는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로이드리스트인텔리전스는 한 유조선 운영사가 200만달러(약 30억원)가량을 지불하고 해협을 통과했다고 전했다.
이란의 봉쇄를 뚫기 위해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이어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지상군을 투입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한명현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