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에너지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의 통합을 추진한다는 한경 보도다. 공공기관 통폐합 초안에 3사 통합 방안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3사를 합쳐 석유, 액화천연가스(LNG)뿐 아니라 희토류 등 광물자원 개발과 공급까지 책임지는 종합 에너지·자원 공기업을 출범시킨다는 구상이다. 미국·이란 전쟁에서 볼 수 있듯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이를 계획하고 실행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3사 통합 논의를 우선순위에 둬야 할 이유다.
석유·가스공사 통합 시도는 10년 전인 2016년부터 여러 차례 있었다.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는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해 통합을 추진했지만 결국 없던 일이 됐다. 20조원에 달하는 석유공사의 부채 탓이었다. 상장사인 가스공사 주주들의 반발도 큰 난관이다. 하지만 석유공사에는 알짜 자산만 남기고 부실 자산은 배드뱅크에 넘기는 해법을 검토한다니 의지만 있다면 못 넘을 벽도 아니다.
벤치마킹 대상은 2004년 석유공단과 금속광업공단을 통합해 일본의 자원개발 컨트롤타워가 된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다. 일본이 JOGMEC를 앞세워 국내외에서 자원 개발로 확보한 석유·천연가스·광물 비율은 40%에 달한다. 자원개발률이 10%에 불과한 우리와는 비교 불가다. 중국의 희토류 공급 중단 보복에도,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인한 국제 유가 급등에도 일본이 상대적으로 덜 충격을 받는 것은 이 덕분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사실상 해외 자원 개발에 손을 놓고 있는 우리나라다. 정권이 바뀐 후 투자 실패 사례만을 꼬집어 정치적 맹공을 퍼붓고 적폐로 몰아간 탓이다. 임기 동안 가시적인 결실이 나오기 어려우니 정치적 부담을 안고 굳이 모험적인 투자를 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눈앞의 결과만을 잣대로 냉·온탕 오가듯 자원 정책을 편 한국과 10년, 20년 뒤를 내다보고 꾸준히 투자한 일본이 지금의 차이를 만들었다.
에너지공기업 통합은 앞서 거론된 코레일-SR처럼 경쟁이 사라져 소비자의 이익이 줄어드는 것도,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처럼 통합 시너지가 의심스러운 것도 아니다. 이해 관계자들의 반발이 크더라도 가야 할 길이라면 좌고우면하지 말고 통합에 나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