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추한 선택을 요구한다

입력 2026-03-20 17:17
수정 2026-03-21 00:26
미국 대통령들은 전쟁에서 늘 오판을 저질렀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쿠바 피그스만 침공을 지시하고 베트남 디엠 정권의 쿠데타를 방조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을 공격할 명분으로 대량살상무기에 지나치게 집착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역시 호르무즈해협에서 발생할 위험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란 정권 내부의 온건파가 재빨리 평화 협상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도박을 걸었다. 이제 이 문제에 미국의 위신이 걸려버렸고 어떻게든 최선의 결과를 내야만 한다. 선택지 중 하나는 걸프만의 통제권을 되찾기 위해 선박을 호송하고 화력으로 적을 진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끝이 보이지 않는 군사 개입을 의미한다. 종전 위한 트럼프 선택지들또 다른 선택지는 이란의 석유 수출 자체를 볼모로 잡는 것이다. 이란 정권이 걸프만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오히려 석유 수출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싱가포르 주변에 정박해 있는 유조선을 포함해 약 50일치 석유 생산량을 미리 비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택지가 하나 더 있다. 이란의 석유산업 전체를 초토화하는 것이다. 이란산 석유를 사 가는 나라와 주변국, 동맹국이 난장판을 알아서 수습하게 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르그섬의 군사 시설을 폭격하긴 했지만, 이란의 송유관을 완전히 박살 내버릴 공격만큼은 피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이란도 호르무즈해협의 상선 운항을 방해해 중국 등 중요 국가를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예외가 있다면 정권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뿐이다.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에 만들려고 했던 상황이다. 그가 시작한 ‘정권 교체 전쟁’이 ‘석유 전쟁’으로 변질된 이유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향후 대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상사태를 고려해 이란이라는 위협 요소를 미리 제거하려고 했다는 추측도 나온다. 반론도 있다. ‘약한 모습은 오히려 도발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미국이 아무리 막강한 군사력이 있어도 미국의 시선이 분산되고 군수 물자가 부족해진 지금이야말로 적에게는 미국에 도전할 완벽한 기회가 된다. 왜 중국의 석유를 지키나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함정을 판 셈이 됐다. 중국 등이 중재를 맡아 이란과의 타협을 끌어내지 못한다면, 그는 애초에 의도한 것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군사 충돌을 확대해야 할지도 모른다.

과거 미국의 적이던 소련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핵전쟁의 위험을 감수하고 미국이 걸프만을 방어해야 한다는 ‘카터 독트린’식 정책의 수혜자는 중국이다. 과거의 낡은 전략적 개념을 수정할 때가 됐다. 미국이 중국의 석유를 지켜주기 위해 자국 군인의 목숨을 걸 필요는 없다. 끝까지 합리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정밀 타격 무기로 석유 수출 시설을 전부 박살 내겠다’고 통보해 버리면 그만이다.

미국은 동맹국보다 에너지와 국가 안보 투자에서 훨씬 올바른 조치를 취해왔다. 중국은 걸프만에서 독자적인 군사 행동을 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트럼프 대통령의 더 큰 목적은 원래 중동 지역 이해관계자에게 평화 유지의 의무를 떠넘겨 미국이 더 큰 문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원제 ‘War Requires Ugly Choi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