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이나 지혜를 터득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책이다. 책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이미 축적해놓은 지식과 지혜가 담겨 있다. 책을 읽으며 이론적으로 똑똑해진 경우를 영어로 ‘북스마트’(booksmart)라고 한다. 반면 거리로 직접 나가 여러 가지 실전 경험을 쌓으며 얻을 수 있는 지식과 지혜도 있다. 여러 상황에 직면해 어려움과 도전을 스스로 헤쳐 나가며 얻은 직관력이나 상황판단능력은 영어로 ‘스트리트스마트’(streetsmart)라고 부른다.
최근 영국 서점가에서 인기인 <스트리트와이즈(Streetwise)>는 금융업계에서 잔뼈가 굵고 현장 경험이 풍부한 ‘로이드 블랭크페인’이 남긴 회고록이다. 브루클린의 가난한 공공 주택 단지에서 자란 그가 어떻게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라는 월스트리트 최고의 거물 자리에 오를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자리에 있는 동안 글로벌금융시장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소개된다. 전 세계 주요 언론들은 ‘도전적인 여정과 리더십 철학이 어우러진 책’, ‘인간 본성과 금융시장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이라는 극찬을 쏟아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종합금융회사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며, 월가 종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일해보고 싶어 하는 ‘꿈의 직장’이기도 하다. 2006년부터 2018년까지 무려 12년 이상 골드만삭스를 이끈 블랭크페인에게도 골드만삭스는 꿈의 직장이었다.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여러 차례 월가의 투자은행에 문을 두드렸지만, 매번 거절당했고, 결국 그를 선택해준 곳은 상품 트레이딩 전문 금융회사 ‘제이애런’(J. Aron)이었다. 훗날 제이애런이 골드만삭스에 인수되면서, 블랭크페인은 골드만삭스에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됐고, 2006년 상품 트레이딩이 골드만삭스 전체 매출에 엄청난 기여를 하면서, 그 능력을 인정받아 결국 최고경영자 자리에까지 올랐다.
책에는 금융시장의 원리부터 세상의 이치에 이르기까지, 그가 직접 현장에서 발로 뛰며 깨달은 성공법칙들과 지혜로운 조언들이 압축돼 있다. 최고의 인재들로 팀을 구성하고 그들을 하나로 묶는 방법, 어려운 시기와 순탄한 시기에 맞춰 조직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법, 리스크를 관리하는 법, 위기가 닥치기 전에 이를 감지하고 조직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법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리더십 전략도 함께 소개된다.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으려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동료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온전한 인격체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것”이라면서 ‘겸손’을 성공을 위한 최우선 덕목으로 꼽는다.
골드만삭스의 탁월한 위기관리능력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시장은 늘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므로, 골드만삭스는 낙관적인 전망을 잘 믿지 않는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징후가 보였을 때도, 골드만삭스는 남들보다 먼저 손실을 인정하고 ‘숏포지션’으로 전환했다. 회사가 파산할 정도의 치명적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선제적 결정이었고, 결국 이 결정으로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나며 오히려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글로벌금융시장은 어떠한가? 역사를 통해 시장을 예측하는 블랭크페인은 현재 당면한 글로벌금융시장의 새로운 위기에 대한 엄중한 경고도 책에 남겨놨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