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방문한 베이징 뇌과학·유사뇌연구소(CIBR)는 한껏 고무된 분위기였다. 지난해 4월 뇌에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이식한 환자 샤오루이(가명)의 재활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어서다. 교통사고로 한쪽 팔에 영구 마비 장애를 입은 그는 손을 움직이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하지만 CIBR의 두뇌 이식체 ‘베이나오 1호’를 뇌에 장착한 이후 훈련을 거듭한 결과 로봇 손을 제어해 물을 마시고,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게 됐다. CIBR 관계자는 “척수 손상 환자와 뇌졸중 환자 7명에 ‘베이나오 1호’를 이식했다”며 “임상 초기부터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뇌에서 컴퓨터로 데이터 전송
2018년 설립된 CIBR은 중국에서 뇌와 컴퓨터 연결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연구 시설이다. 베이징시 주도로 중국과학원과 베이징대, 칭화대 등이 공동으로 설립했다. 이미 네이처와 사이언스 등 국제 주요 학술지에 472편의 논문을 게재했고, 79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하반신 마비와 뇌졸중, 중추신경성 통증 등 주요 질환 관련 17건에 대한 임상시험도 승인 받아 진행 중이다.
BCI는 인간의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분석해 외부기기와 상호작용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손을 움직이지 않고 생각만으로 컴퓨터나 로봇을 조작할 수 있다. 두개골을 열어 뇌 조직에 이식체를 삽입한 뒤 뇌파를 추출하는 침습형과 수술 없이 두피 표면에서 전극을 통해 신호를 측정하는 비침습형의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외과 수술의 부담이 있지만 침습형이 뇌파를 세밀하게 컴퓨터로 전달하는데 유리하다.
CIBR과 공동 연구 중인 신즈다신경기술회사의 리위안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베이나오 1호’ 첫 이식자의 재활 성과가 예상보다 우수해 상용화를 위한 결정적 단계로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며 “차세대 지능형 BCI인 ‘베이나오 2호’는 대형 동물 이식 실험 단계에 돌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발 단계가 높아질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뇌에서 컴퓨터로 전달하게 된다”고 했다. ◇관련 시장, 올해 1조원 규모중국 정부는 BCI를 미래 핵심 산업으로 분류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24만㎡ 규모 뇌 과학·BCI 특화 산업단지 조성했으며 임상시험을 위한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가 설립한 뉴럴링크 등 미국 기업들의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서다.
이는 지난 13일 침습형 BCI 장치에 대한 세계 첫 판매 승인으로 이어졌다. 중국의 관련 시장은 지난해 32억위안(6960억원)에서 올해 46억4000만위안(약 1조9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중국은 앞으로 BCI를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로봇, 국방 기술과 결합한다는 계획이다. 인간의 뇌로 움직일 수 있는 기기가 늘어나는만큼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으로도 불린다. 빠른 고령화도 중국이 해당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뇌졸중, 치매 환자들의 장애를 개선해 의료 및 돌봄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윤리 기준 확립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베이징의 의학계 관계자는 “아직 BCI 산업 관련 명확한 국제 규제가 정립돼 있지 않아 뇌 데이터를 어떻게 보호할지, 뇌 신호에 대한 해킹 방지는 어떻게 해야할지 등 다양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