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을 대상으로 집중 관리에 나서자 PBR이 0.1배에 그치던 최하위권 종목들이 일제히 뛰었다. PBR이 1배 미만이면 기업의 시가총액이 청산가치에 못 미칠 정도로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업계에선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강한 의지를 밝힌 만큼 저PBR주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건설업체 한신공영은 이날 상한가를 기록하며 1만7730원에 마감했다. 이는 52주 신고가다. SM그룹의 화학섬유 계열사인 티케이케미칼도 전날 대비 21.4% 상승한 2325원에 거래를 마쳤다. 동국홀딩스는 11.7% 올랐고, 오션인더블유와 티와이홀딩스도 각각 10.6%, 6.7% 급등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에 힘입어 이 종목들이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반기마다 저PBR 기업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PBR이 2개 반기 연속으로 동일 업종 내 하위 20%에 해당하면 한국거래소 밸류업 홈페이지에 공표하고, 종목명에 ‘저PBR’이라는 꼬리표를 붙일 예정이다. PBR이 낮은 기업을 나열해 낮은 주가를 끌어올리도록 유도하는 ‘네이밍 앤드 셰이밍’(이름 붙여 망신 주기)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해당 목록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개미들은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지난해 PBR 순위를 보고 매수에 나섰다. 한신공영은 지난해 3분기 기준 PBR이 0.11배로 최하위권에 속했다. 회사를 청산했을 때 남는 돈이 현재 시가총액의 아홉 배나 된다는 뜻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이 대통령도 당시 간담회에서 “PBR이 0.3~0.4배밖에 안 돼 당장 청산해도 두 배 이익이 남는 게 비정상이지 않냐”며 공감을 나타냈다.
여당이 추진 중인 ‘주가 누르기 방지법’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PBR 0.8배 미만인 상장사에 대해 상속·증여 시 주가가 아니라 비상장회사 평가 방식(자산 및 수익 공정가치평가)으로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승계 과정에서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억누르는 행태를 막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만년 저평가주’로 꼽히던 지주사도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지주는 최근 3개월간 주가가 16.1% 올랐다. 이마트(16.0%), LG(15.3%) 등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