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100억 더 들였는데 또 참사…'효용성 논란' 전자발찌 [혈세 누수 탐지기]

입력 2026-03-23 06:19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스토킹하던 20대 여성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김훈(44)의 신상정보가 공개됐습니다.

피해자가 보호조치를 받던 상태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민들 사이에선 "전자발찌를 했는데 이런 일이 생기면 무서워서 어떻게 밖에 다니냐", "보호 조치 중이면 이미 조짐이 있었던 건데 왜 보호가 안 된 거냐" 등 불안과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잊을만하면 다시 올라오는 유명한 장면이 있습니다. 한 시민이 전자발찌 효용성에 대해 "바지 입고 다니면 모르지 않냐. 보이지도 않고 차라리 목에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한 것입니다.

실제 스토킹으로 고생한 경험이 있는 개그우먼 김지민씨가 한 방송에서 전자발찌와 관련해 입법 제안을 한 장면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김씨는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또 살해를 저지른 전과자 이야기를 접하자 "패션발찌도 아니고. 전자발찌를 잘 보이지 않는 발목이 아닌 목, 머리처럼 잘 보이는 곳에 부착하자. 그럼에도 범죄를 저지르면 손오공 머리띠처럼 자동으로 쪼여지게 하자"고 분노했습니다.

정부가 전자발찌 관련 예산을 꾸준히 늘리고 있지만, 시민들의 회의론은 늘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요? 한경 혈세 누수 탐지기팀이 예산 관점에서 이번 사태를 들여다봤습니다. ◇ 5년간 100억 불어난 관련 예산혈누탐팀이 전자발찌가 중심이 되는 전자감독 예산을 살펴보니, 2022년 274억원이었던 관련 예산은 올해 373억원이 됐습니다. 100억원이 뛴 셈입니다. 적지 않은 혈세입니다. 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운영비, 유형자산, 인건비 순입니다. 해당 세금 집행은 '범죄예방활동'이라는 프로그램의 일환입니다.




법무부는 전자감독에 대해 홈페이지를 통해 "전자적 기술을 적용해 범죄인을 감독하는 형사정책 수단으로, 재범 위험성이 높은 특정범죄자(성폭력·미성년자 유괴·살인·강도·스토킹) 및 가석방되는 모든 사범 중 전자장치 부착이 결정된 자 등의 신체에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해 24시간 대상자의 위치,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보호관찰관의 밀착 지도·감독을 통해 재범을 효과적으로 방지하는 제도"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2008년 10월 이후 성폭력사범의 높은 재범률, 성폭력 피해의 심각성 및 성폭력 범죄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 등을 해소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으로 도입됐습니다.

여론의 의구심이 나오긴 하지만, 제도 시행 전후로 재범률에는 현저한 변화가 있긴 합니다. 이전과 비교해 성폭력사범은 9분의 1, 살인 사범은 163분의 1, 강도 사범은 93분의 1 수준으로 각각 재범률이 떨어졌습니다.



떨어진 수치를 보면 그래도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최근 남양주 사건과 같은 재범 피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전자발찌 착용자는 늘어나는데 관리 인력은 오히려 줄고 있어 대응이 쉽지 않답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 4316명이었던 전자발찌 착용자는 5년 새 11% 늘어나 4827명이 됐습니다. 그런데 관리 인력은 같은 기간 242명에서 223명으로 8%가 빠졌습니다. 관리할 사람은 줄었지만, 업무량이나 관리 대상이 늘다 보니 인건비나 운영비가 늘어나는 게 수긍이 갑니다. ◇ "전자감독, 지속적 개입·관리 필요"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왜 재범으로 인한 피해자는 계속 발생하는 것일까요. 지난해 형사정책연구에 실린 경기대 범죄교정심리학과 연구팀(전자감독 대상 성범죄자의 재범가능성에 미치는 시간 경과 효과 분석)의 연구는 그 이유와 앞으로 정책 방향에 대해 많은 힌트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해당 연구는 전자감독 감독 기간이 지나도 재범 가능성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하지 않다고 밝혀냈습니다. 연구팀은 "전자감독을 받고 있는 성범죄자들에게 단순 시간 경과만으로 성범죄자의 재범 위험이 자연스럽게 낮아지지 않음을 의미하며, 지속적인 개입과 관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성범죄자의 재범 위험성(KSORAS 수준)이 예측한 초기 위험 수준은 감독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알아냈습니다. 애초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판명난 범죄자는 그 위험 수준이 계속 유지된다는 말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나이에 따라 재범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시사점입니다. 연구팀은 20대 이하와 60대 이상에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재범 가능성이 감소하는 패턴을 보였지만, 40대와 50대에서는 오히려 재범 가능성이 증가하는 패턴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40∼50대 성범죄자의 경우, 부모 등 주요한 사회적 지지가 생존할 가능성이 높은 20∼30대 성범죄자와는 달리, 누적된 범죄 경력과 낙인으로 인해 직업, 가족 관계 등 사회적 지원 망이 악화되면서 반복적인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추정했습니다.

이에 "이들을 상대로 사회적 재통합을 돕는 프로그램(취업 지원, 가족 상담, 정신건강 치료 등)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다면, 중장년층 성범죄자의 재범 위험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전자발찌 등 전자감독이 실효성이 있기는 하지만, 보완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재범은 이어진다는 게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 "법무부-경찰 정보 공유 개선 없으면 유사 사건 계속"이번 사건에는 범행 전 신병확보 지연 등 경찰의 미온적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지만, 보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입니다. 경찰과 법무부가 각자 역할을 수행했지만, 핵심 위험 정보가 공유되지 않으면서 '피해자 보호 공백'이 발생한 것입니다.

경찰은 피의자가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라는 점과 과거 전력을 파악하고 있었으나, 법무부는 스토킹 신고 이력과 잠정조치 상황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법무부가 관리하던 전자발찌는 이번 사건과 무관한 과거 성범죄로 부착된 것이었던 터라 보호관찰 당국은 피의자의 위치 정보를 확인하고도 해당 동선이 피해자 대상 범행 위험과 연관된 신호인지 판단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실제 피의자는 범행 이틀 전부터 피해자 직장 주변을 오간 것으로 조사됐지만, 법무부는 해당 동선이 피해자 접근 시도와 관련된 것인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전자발찌 훼손 전까지 별도의 제지나 개입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법무부는 경찰과 사건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체계가 없어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는 입장입니다. 경찰 역시 전자발찌 부착 사유가 이번 스토킹 사건과 직접 관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별도 공유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결과적으로 법무부와 경찰의 데이터베이스(DB)가 공유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면서 "적용되는 법률도 다르다. 각자 할 일을 하고도 사망자가 발생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검찰청이 폐지되면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간 자료 분리가 더 공고해져 더욱 교류가 안 될 수 있다. 특별법을 만들어 시스템 자체를 대폭 뜯어고치는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법무부는 범죄예방기관운영이라는 단위사업명으로 2024년부터 '재범징후의 선제적 감지 및 대응력 강화 사업'도 꾸리고 있습니다. 세부 항목으로 '강력범죄 재범예측 대응 신기술 개발'과 '인공지능(AI) 기반 전자감독 통합시스템 개발'을 추진하며 올해 전년보다 10억 많은 30억 예산이 배정됐습니다. 2027년이 돼야 완성되는 이 사업은 전자감독지능화가 전면적으로 적용되는 2029년 이후부터 재범감소 30%, 연간 545억원의 사회적 비용 저감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수백억 원의 사회비용 감소 효과가 있는데 R&D 예산이 너무 적은 탓에 개발 속도가 더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앞서 언급한 예산안을 살펴보면 5년 전과 비교해 대부분 예산 항목이 늘어났는데, 줄어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연구용역비입니다. 2021년에는 25억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8억원이 배정됐습니다. 그중 연구비는 5년 전 25억이었는데 올해는 7억으로 줄었고, 정책연구비는 4년째 동결인 4000만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줄어든 연구비를 늘려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혈하고 적극적으로 정책 개발에 힘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러한 일들을 보다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법무부 등 정부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도 필요하지만, 예산안을 확정하는 국회의 협조도 필수적입니다. ◇ 법무부가 '딱' 자랑했던 그 예산
법무부는 작년 10월 관련 예산 증액에 대해 카드뉴스로 홍보물을 만들어 발표했습니다. 해당 카드뉴스에는 '법무부-경찰청 시스템 연계를 통해 스토킹 가해자와 피해자 위치를 출동 경찰에 실시간 전달하여 신속하게 피해자 보호'라는 문구와 함께 관련 예산 6억4300만원을 확보했다고 알렸습니다.

다음 페이지에는 '교제폭력 가해자에게 잠정조치로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제도가 도입될 경우 안정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전자장치 제작 예산 확보'라면서 2억3700만원의 예산을 추가로 확보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지막 페이지에는 "법무부는 스토킹, 교제폭력 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가의 책무를 다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경찰은 법무부와 함께 정보 공유 확대와 전자발찌와 스마트워치 연동 등 제도 보완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불안에 떨며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하신 20대 피해 여성 A씨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A씨 같은 피해자가 또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애써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