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시세조종 공모 의혹으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 대한 항소심이 시작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4-1부(부장판사 김인겸 성지용 전지원)는 20일 오후 2시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창업자 등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향후 심리 방향과 쟁점을 정리했다.
김 창업자는 2023년 2월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자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12만 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 창업자가 같은 해 2월 16∼17일, 27일 사흘간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함께 공모해 약 1100억 원의 SM엔터 주식을 고가 매수·물량소진 등의 수법으로 300회 이상 시세조종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공판준비기일에서 카카오의 행위가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목적이 있었는지, 또 이를 시세 조종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검찰과 피고인 측의 공방이 벌어졌다.
카카오 측 변호인은 "이미 주식 매수하기 전부터 12만 원을 상회했고, 내려갈 기미가 없어 공개매수는 실패할 것으로 판단했었다"며 "당시 공개매수 저지를 목적으로 주식을 매수하자는 논의 자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원아시아와의 공모 관계에 대해서는 “카카오는 원아시아에 주식 매수를 부탁한 사실이 없고, 원아시아의 독자적 판단에 따른 투자였다”고 말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도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검찰은 "'공개매수 저지'라는 표현을 이 사건 피고인들, 경영진들은 물론이고 배 전 대표의 지휘를 받아 카카오의 투자 관련 수익률을 담당한 직원들도 그런 용어를 썼다"며 "시세조종으로 공개매수를 할 수밖에 없던 것이어서 시세조종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게 검찰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날 심리에서 "시세조종은 인위적 가격 형성을 위한 목적이 인정되는지가 핵심"이라며 "목적이 인정된다면 단 한 차례의 거래도 문제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거래 규모나 횟수보다 '의도'가 판단 기준의 중심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오는 5월 8일 오후 2시에 한 차례 공판준비기일을 더 열고, 공판기일을 4회 정도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항소심은 단순한 사실관계 다툼을 넘어 시장 경쟁 행위와 형사처벌의 경계를 가르는 판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