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옷 아니면 안 입어요"…요즘 여자아이들 푹 빠진 패션 [트렌드노트]

입력 2026-03-22 08:08
수정 2026-03-22 08:09
"레이스가 달려있거나 반짝이는 옷이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아요." 5살 딸을 키우는 30대 워킹맘 박모 씨는 매일 아침 등원할 때 입힐 옷을 고르는 게 일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전날 밤 미리 챙겨둔 옷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아이가 직접 옷장을 열어 분홍색이나 보라색 등이 들어간 알록달록한 옷을 골라야만 집을 나선다"며 "요즘 부쩍 공주 패션에 꽂혔는데 고집을 꺾을 수 없어 옷 살 때도 우선 고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동 패션 시장에서 '글로시(glossy)' 소재를 적용한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성인 패션에서 패딩 등 겨울 아우터에 주로 활용되던 소재이지만 최근 들어 아동복 시장으로도 트렌드가 확산하는 추세다. 관련 수요가 늘면서 업계도 바람막이·치마 등으로 라인업을 넓히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키즈 시장에서 글로시 소재 적용이 눈에 띄게 늘었다. 글로시는 빛의 각도에 따라 반짝이며 광택감을 내는 게 특징으로, 본래 성인 패션 시장에서 겨울 아우터 등에 활용돼 온 소재다. 특히 캠핑·등산복을 일상복으로 즐기는 고프코어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기능성 나일론에 광택 코팅을 더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방식이 유행했다. 실제 노스페이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등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매년 FW(가을·겨울) 시즌에 관련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이 최근 아동복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유아동 전문 쇼핑 플랫폼 보리보리에 따르면 최근 4개월간(지난해 11월~올해 2월) 글로시 관련 검색량은 직전 동기 대비 약 300% 급증했다. 특히 취향이 확고해지며 ‘공주룩’이나 반짝이는 의류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는 4~7세 여아 중심으로 인기가 높다는 설명이다.

성인 시장에서 단색 위주의 글로시 제품이 많았다면 아동 시장에선 분홍색·보라색 등 여러 색감이 섞인 제품이 주를 이루는 게 차이점. 무지갯빛을 띠며 은은하게 반사되는 색감이 아동 소비자의 ‘공주 감성’을 자극해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는 귀띔이다.


이 같은 트렌드를 포착한 업계는 제품 라인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로 겨울 의류에 활용된 글로시 소재가 치마·재킷 등 SS(봄·여름) 시즌 상품으로도 발을 넓히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이 전개하는 아동복 브랜드 로엠걸즈는 이달 초 '리버서블 글로시 바람막이'와 '글로시 스커트' 등 신제품 2종을 출시했다. 앞서 선보인 글로시 패딩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상품군을 SS시즌까지 넓힌 것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출시한 글로시 패딩은 전년 대비 물량을 2배로 늘렸음에도 출시 2주 만에 1차 물량이 완판됐다.

회사는 상품 개발 과정에서 부모와 아동의 선호를 적극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제품 출시 전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글로시 소재가 적용된 재킷, 스커트 등 다양한 디자인 시안을 제작하고 이를 부모와 아동 고객에게 선보여 반응을 확인하는 식이다. 이 같은 전략은 실제 성과로도 이어졌다. 로엠걸즈에 따르면 리버서블 글로시 후드 바람막이는 정식 출시에 앞서 지난해 10월 온라인에서 선(先)발매했는데, 판매 개시 사흘 만에 준비된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

이 같은 추세는 다른 아동복 브랜드에서도 감지된다. 삼성물산이 운영하는 빈폴키즈는 2026 SS 시즌 신제품으로 반짝이는 질감의 글로시 점퍼를 출시했으며 에프앤에프(F&F)가 전개하는 디스커버리키즈도 짧은 기장감이 돋보이는 글로시 크롭 자켓을 선보였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글로시 소재는 성인 패션에서 꾸준히 활용돼 온 요소인데 최근에는 아동복 시장으로 그 흐름이 확장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해부터는 기존의 단색 광택을 넘어 각도에 따라 색감이 변하는 글로시 소재까지 등장하면서 트렌드가 한 단계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