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정부는 19일 관세 합의에 따른 일본의 5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2차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1차 사업과 합쳐 일본의 대미 투자는 총 1090억달러에 이르렀다. 미국과 무역 합의를 마친 국가 중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모습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이날 미국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대미 투자 2차 프로젝트 개요를 공개했다. 일본은 미국 GE버노바와 히타치제작소가 추진하는 소형모듈원전(SMR) 및 천연가스 화력발전 설비 구축에 총 730억달러를 투입한다.
앞서 일본은 1차 사업으로 가스 화력발전소, 원유 수출 인프라, 인공 다이아몬드 제조 등에 총 36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1·2차를 합치면 총 1090억달러에 달한다. 관세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가 밝힌 투자액 5500억달러의 약 20%에 해당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관세 인하 대가로 미국은 지금까지 약 20개 국가와 기본 합의하거나 ‘상호 무역 협정’에 서명했다. 이 가운데 일본, 유럽연합(EU), 한국, 대만 등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각국은 협정 발효를 위한 국내 절차를 밟거나, 협정 서명을 위한 최종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일본처럼 구체적인 투자 안건을 발표한 곳은 없다. 3500억달러 투자를 약속한 한국은 1차 프로젝트 선정에 앞서 18일 미국 측과 실무 협의에 들어갔다. 액화천연가스(LNG), 원전 등이 유력시된다.
한국에선 대미투자특별법이 최근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국무회의 의결 절차도 완료됐다. 최근 급격한 원화 약세 등을 감안할 때 올 상반기 내 투자 실현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웬디 커틀러 미국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일본에 이어 한국이나 대만이 대상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했다.
EU는 60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를 제시했으나, 일본이나 한국처럼 투자 세부 조건을 정하는 문서는 교환하지 않았다. 유럽의회 무역위원회는 19일 대미 협정 절차 재개를 위한 표결을 실시했다. 이르면 이달 하순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지만, 미국은 EU의 더딘 대응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뒤에도 일본이 투자를 서두르는 것은 미국이 일본의 유일한 동맹국이며,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품목 관세’다. 일본에 가장 중요한 자동차 관세는 이번 판결 대상에서 제외됐다.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세율이 인상될 수도 있다는 게 일본의 우려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