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와 처음으로 법정에서 대면했다. 오 시장은 “명씨는 사기 범죄 집단의 모집책”이라고 비판했고, 명씨는 “없는 얘기를 한 적 없다”는 취지로 맞섰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이날 오 시장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사업가 김한정씨(오 시장의 후원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판을 진행했다. 명씨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하며, 오 시장과 법정에서 처음 대면했다.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로부터 10차례(공표 3회, 비공표 7회) 여론조사 결과를 건네받고, 강 전 부시장을 통해 김씨한테 3300만원의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부터 두 사람은 ‘장외 설전’을 벌였다. 오 시장은 ‘키맨’인 명씨 진술의 신빙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오 시장은 법정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 강혜경씨의 증언에 의하면 이 사람들(명씨 등)은 사기 범죄 집단”이라며 “명씨가 사기 범행 대상을 물색하는 모집책 내지 행동대원이고, 강씨는 내부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부풀리거나 왜곡시켜 바꾸는 조작책”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어 “지난번 법정 증언을 통해 강씨가 모든 것을 자백하고,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했다”며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가 여론조사가 조작되고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속적으로 10차례에 걸쳐서 대가를 지급하며 그걸 받아 보았다는 뜻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씨는 법정 출석 전에 “제가 오 시장을 처음 만났을 때 오 시장이 ‘저의 멘토가 돼 주십시오’라고 했다”며 “제가 특별검사 (조사)에서 살아남은 건 죄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증인신문 과정에서도 “본인이 유리한 여론조사를 만들고 선거 전략으로 쓰자는 말을 했느냐”는 특검 질의에 명씨는 “아니다. 분석만 해준다고 했다”고 답했다. 오 시장이 아파트 사주겠다는 얘기를 했느냐는 질문엔 “그럼 없는 얘기를 합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