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本(일본)서는 內閣(내각)이 變更(변경)될 때마다 依例件(의례건)으로 地方長官(지방장관)에 變動(변동)이 생긴다.”(1924년 5월 17일, 동아일보) “태풍은 의례껏 폭우를 몰고 왔으니….”(1961년 10월 6일, 조선일보) “모든 사람이 으레껏 부모를 모시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요즘….”(1993년 11월 22일, 조선일보)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서 찾아본 ‘으레껏’에서 우리말의 변천 과정을 살짝 엿볼 수 있다. 단어로서의 자격 갖춘 ‘으레껏’‘두말할 것 없이 당연히, 틀림없이 언제나’란 뜻으로 쓰이는 ‘으레’. 지금은 ‘으레’가 표준어이지만 어원적으로 ‘의례(依例)’에서 왔다는 것을 지난 호에서 살펴봤다. 형태도 ‘의례→으례→으레’로 변했다. 이중모음에서 단모음으로 바뀐 것이다. 한글학회가 1957년 완간한 <조선말 큰사전>에선 ‘으례’(원칙적으로 당연히)를 표제어로 올렸다. 당시만 해도 중간 단계의 발음 변화가 진행되던 때임을 알 수 있다. 이런 단순화는 발음을 조금이라도 더 쉽게 하려는 본능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으례로 할 일’을 ‘의롓건(依例件)’이라고도 했다. 예문에서 확인할 수 있듯 100여 년 전부터 써온 우리말이다. 현행 한글맞춤법에 따르면 ‘의례건’으로 적는다. ‘의례’와 ‘건’, 즉 한자어 간의 결합이라 사이시옷을 붙일 필요가 없다. 지금도 이 말이 <표준국어대사전>에 표준어로 올라 있다. 이 말은 ‘전례나 관례에 비추어 있어온 일’을 뜻한다. “경제가 어려워져 치과 경영이 힘들다 보면 의례건 나오는 말이 기본에 충실해지라는 것이다”처럼 쓰인다. 이 말의 발음은 [의례껀]이다. 요즘도 간혹 ‘으레’를 ‘으레껏’으로 쓰는 경향이 있는 것은 이 말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으레껏’은 구어에서 흔히 쓰는 말이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찾을 수 없다. 단어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 대신 개방형 사전인 <우리말샘>에는 올라 있다. 언젠가 적절한 조건을 충족할 때 정식 단어로 승격할 수 있는 후보인 셈이다.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서는 이미 단어로 처리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더 망설일 이유가 없어 보인다. ‘아무튼/요컨대’ 등은 소리대로 적어우리말에는 고유어 같은 한자어가 꽤 많다. 요즘은 한자 의식이 흐려져 말의 정체를 알아보기 더 힘들어졌다. 그만큼 한자어가 우리말에 단단히 뿌리내렸다는 뜻도 된다. 가령 ‘하여튼(何如튼), 여하튼(如何튼), 기어이(期於이), 기필코(期必코), 도대체(都大體), 어차피(於此彼), 심지어(甚至於), 무려(無慮), 하필(何必), 점점(漸漸), 우선(于先)’ 같은 말이 그런 것이다.
이 중 ‘하여튼’은 ‘하여하든’이 줄어든 것이다. 이를 간혹 ‘하옇든’으로 적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틀린 말이고 ‘하여튼’으로 적어야 한다. 어원적으로는 용언의 활용형에서 나온 것이라도 현재 부사로 굳어진 것은 소리대로 적는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한글 맞춤법 제40항). 이 제40항은 준말에 대한 규정이다. 어간의 끝음절 ‘하’의 ‘ㅏ’가 줄고, ‘ㅎ’이 다음 음절의 첫소리와 어울려 거센소리가 될 때는 거센소리로 적는다고 했다. 가령 ‘간편하게’는 ‘간편케’로, ‘다정하다’는 ‘다정타’로 줄어든다. ‘연구하도록→연구토록, 정결하다→정결타, 가하다→가타, 흔하다→흔타’로 줄이는 것도 이 원칙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부사 중에서 원형을 아예 잃고 소리대로 적는 말이 있다. ‘결단코/결코/기필코/무심코/아무튼/요컨대/정녕코/필연코/하마터면/하여튼/한사코’ 같은 게 그런 말이다. 이들은 어원적으로 용언의 활용형에서 온 것이라고 하더라도 현재 부사로 굳어졌으므로 굳이 원형을 밝혀 적지 않는다. 가령 ‘아무튼’, ‘하여튼’은 ‘아뭏든’, ‘하옇든’으로 적지 않는다. 반대로 용언의 활용형 ‘이렇든’, ‘저렇든’, ‘그렇든’을 ‘이러튼’, ‘저러튼’, ‘그러튼’으로 적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둬야 한다. “어떻든 함께 가자”라고 할 때의 ‘어떻든’은 형용사 ‘어떻다’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어떠튼’으로 적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