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끝나면 객석은 이내 눈물바다가 된다. 서럽거나 슬퍼서가 아닌,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랑과 헌신의 가치가 심장을 울려서다. 관객들로부터 '오열극'이라는 별명을 얻은 뮤지컬 '긴긴밤' 이야기다.
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는 대학로를 찾았다. 한국 공연의 메카인 대학로에서 대통령 내외가 택한 작품은 '긴긴밤'이었다.
'긴긴밤'은 루리 작가의 동명 도서를 원작으로 한다. 지구상 마지막 남은 흰바위코뿔소 '노든'과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이 수많은 긴긴밤을 함께 지나며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원작 도서는 아이들의 필독서로 꼽힐 정도로 긴 여운과 교훈을 남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 울리는 힘을 가졌는데, 동물들의 서사에서 발견하는 게 결국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테다. 작품은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동화적인 설정 속에 상실과 분노, 연대와 치유, 성장의 감정을 모두 담아낸다.
뮤지컬 역시 원작이 지닌 메시지, 글로 표현돼 있던 섬세한 포인트를 잘 잡아내며 호평받았다. 작은 무대 위에서 원대한 가치를 집약적으로 꼼꼼하게 풀어냈다. 온갖 고난과 역경에도 펭귄 알을 지켜내는 연대의 힘, 어린 펭귄에게 수영 연습을 시키기 위해 물가로 향하고 밤에는 기꺼이 품을 내어주는 코뿔소의 숭고한 헌신, 무모한 길 위에서도 서로에게 나아갈 동력이 되어주는 사랑의 힘까지. 기나긴 밤은 어둡고 추웠지만, 그 끝에는 온전한 성장이 있었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것에 익숙해진 요즘, 온 가족이 볼 수 있어 더없이 소중한 작품이다.
'긴긴밤'이 지닌 포근함은 은은하게 관객들에게 스며들며 흥행으로 이어졌다. 2024년 초연과 지난해 앙코르 공연을 호평 속에 마무리하면서 비교적 빠르게 새로운 시즌으로 관객들을 다시 만나게 됐다. 작품은 한국뮤지컬어워즈 작품상(400석 미만)을 비롯해 연출상, 작곡상, 여자주연상 등 여러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이 대통령 내외가 관람한 날에는 노든 역에 이형훈, 펭귄 역에 최은영이 활약했다. 최은영은 13세로, 김혜경 여사는 그의 성량에 감탄하다가 나이를 듣고는 재차 놀라움을 표했다. 이형훈은 주 관객층을 묻는 이 대통령에게 "'긴긴밤'은 원작이 동화이고, 아이들의 필독서로 널리 알려져 있어 온 가족이 함께 찾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긴긴밤'은 오는 29일까지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1관에서 공연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