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승패를 가를 핵심 표심을 포기하며 사실상 '중립'을 선언했다.
현 경영진 중심의 이사회 체제 유지를 권고한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7곳의 압도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대주주 간 지분 격차가 2% 내외에 불과해 오는 24일 주주총회는 소액주주 향방에 따른 초박빙 승부가 불가피해졌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는 전날 회의를 열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미행사'를 결정했다.
미행사는 찬반 비율에 맞춰 의결권을 나누는 방식이다.
수책위는 최 회장과 황덕남·박병욱 이사 후보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보영·이민호 감사위원 후보에 대해서는 '반대' 표를 던지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고려아연 지분 5.20%를 보유한 주요주주다. 국민연금이 사실상 기권하면서 최 회장 측(약 39%)은 비상이 걸렸다.
현재 영풍·MBK 연합(약 41%)이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반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7곳은 현 경영진에 힘을 실었다. ISS, 글래스루이스, 한국ESG기준원 등은 고려아연 측의 '이사 5인 선임안'에 일제히 찬성을 권고했다.
특히 글래스루이스 등 5곳은 최 회장 재선임에 찬성하며, 영풍·MBK 측 후보 4인에 대해서는 전원 반대를 권고했다.
자문사들은 고려아연의 사상 최대 실적과 업종 평균 대비 3배 수준인 465.6%의 총주주수익률(TSR)을 근거로 현 리더십 유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고려아연이 제안한 9177억원 규모의 이익잉여금 전환이 영풍·MBK 측 제안보다 주주환원 의지가 높다고 평가했다.
캐스팅보트였던 국민연금이 빠지면서 승부처는 14.97%의 소액주주로 옮겨갔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7곳 중 5곳이 회사 측 이사 후보 전원에 찬성을 권고했다"며 "동시에 4곳이 MBK·영풍 측 후보 전원에 반대를 권고한 것은 현 경영진 중심 이사회 유지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