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상을 떠난 유명 할리우드 배우 발 킬머가 인공지능(AI) 기술로 되살아나 새로운 연기를 선보인다.
AP통신은 18일(현지시간) 올해 개봉 예정인 독립영화 ‘무덤만큼 깊은’(As Deep as the Grave)에 생성형 AI로 만든 발 킬머가 출연한다고 보도했다.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가 독점 공개한 영화 화면에 따르면 발 킬머는 사제복을 입고 우수에 찬 표정을 짓고 있다. 마치 실제 사진처럼 생생한 얼굴이 담겼다.
이 영화는 20세기 초 미국 남서부에서 유적을 발굴하던 고고학자 부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발 킬머는 생전에 이 영화 출연을 약속했지만, 건강 악화로 참여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연출을 맡은 알렉스 킬리안 감독은 핀처 신부 역에 더 나은 배우가 없다고 여겨 유족에게 디지털 복제 허가를 받았다. 딸 메르세데스 킬머는 “아버지는 언제나 새로운 기술을 스토리텔링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도구로써 긍정적으로 바라봤다”고 AI 재현에 동의한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발 킬머는 후두암으로 투병 중에 목소리를 잃었지만 2022년 영화 ‘탑건: 매버릭’에 출연하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AI로 재현해 화제를 모았다.
발 킬머는 영화 ‘탑건’(1986년)에서 ‘아이스맨’이라는 콜사인으로 불리는 해군 전투기 조종사를 연기해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 영화 ‘도어즈’(1991년), ‘히트’(1995년) 등에 출연했고, 같은 해 개봉한 ‘배트맨 포에버’에서 주연을 맡으며 스타로 도약했다. 함께 영화를 촬영한 감독, 동료 배우와 불화설을 낳는 등 ‘할리우드 악동’으로 불리기도 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