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륜스님 "봄에도 저절로 오지 않는 인연…적극적으로 찾아야죠"

입력 2026-03-20 09:00

“스님이라고 해서 왜 사랑을 모르겠습니까. 역사적으로 절은 만남의 장소, 스님은 주선자였는데요.”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도륜스님에게 19일 ‘나는 절로’의 인기 비결을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재단은 보건복지부의 후원을 받아 사찰에서 미혼 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나는 절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23년 11월 시작한 이후 지난해까지 2년여 동안 1만1368명이 지원해 326명이 참여했고, 그중 69쌍(138명)이 짝을 찾았다. 지난해에는 두 쌍이 결혼식을 올렸고, 올해도 좋은 소식이 이어질 전망이다. 오는 28~29일 고창 선운사에서 열리는 올해 첫 ‘나는 절로’ 프로그램에는 20명을 뽑는 데 644명이 신청할 만큼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절에서 스님의 도움을 받아 남녀가 짝을 찾는다는 게 얼핏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도륜스님은 “사찰 탑돌이와 부처님 오신 날 행사는 역사적으로 남녀가 자연스럽게 만나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또 “많은 신자가 자녀와 손주가 결혼하도록 축원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며 “출가한 스님은 치우침 없이 만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짝을 찾아줄 것이란 기대도 큰 듯하다”고 했다.

도륜스님은 “사랑과 인연은 삶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이라며 “그 관계가 서로를 괴롭히는 집착이 되지 않고, 함께 성장하는 인연이 되라는 게 불교의 가르침”이라고 전했다. 물론 가만히 있어도 인연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봄을 맞아 짝을 찾고 싶은 사람을 위한 조언을 구하자 도륜스님은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답했다.

‘나는 절로’ 프로그램도 서로 알아갈 기회를 극대화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참가자는 이동하고 식사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여러 상대와 대화할 기회를 얻는다. 저녁 프로그램에서는 적극적인 태도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이 야간 데이트 상대를 선택하는 우선권을 확보한다. 사계절 중 가장 아름다운 시기인 지금 사찰을 만남의 장소로 제공해 남녀 간 인연이 맺어질 수 있도록 돕는다. 이 모든 과정에서 참가자의 마음이 열리도록 스님을 비롯한 진행자들이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그는 “여러 인간관계에서 상처받아 사랑 앞에서도 생각만 많아지는 경우를 자주 본다”며 “하지만 고민만 하는 사람에게는 인연이 스스로 찾아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젊은 세대가 연애에 소극적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사실 만남의 기회에 목말라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도륜스님은 “조건을 중시하는 시대라지만 막상 사람들은 배려심 있고 대화가 통하는 상대를 원한다”며 “외모나 직업보다는 예의와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이 이성에게 인기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짝을 찾는 일 이상으로 중요한 일이 관계 유지다. 도륜스님은 “사랑은 우연이 아니다”며 “지난 여러 생에서 인연이 쌓여 사랑에 빠지고 부부가 됐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고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