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9일 “고용유연성을 확보하되 사회안전망을 갖춰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는 선순환이 이상적”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제사회노동위원회 1기 출범에 맞춰 청와대에서 열린 노동정책 토론회에서 “노동자 입장에서 ‘해고는 죽음’이 현실이기 때문에 정규직 지위를 지키기 위해 뭉치고, 기업은 한 번 뽑으면 어떤 상황이 돼도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려워 정규직을 안 뽑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토론회에는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김지형 경사노위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꾸려면 상대의 상황이 어떤지 마주 앉아 진지하게 대화해야 한다”며 노사 간 대화를 거듭 주문했다. 아울러 “북유럽은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새로운 단계로 나아갔다”며 “어려운 건 분명하지만 해야 할 일임도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고용이 유연해지면 노동자는 모든 것을 잃는다”며 “현실에서는 (해고가 쉽게 이뤄지는 등) 고용이 경직돼 있지 않다”고 했다. 손 회장은 연공서열 중심 임금 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경사노위 1기 출범…노동개혁 본격화
취임 후 고용 유연성 7차례 강조…"고용 유연화땐 기업 수익성 확보노동정책에 관한 이재명 대통령의 생각은 확고하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고용 유연성과 사회안전망 강화가 선순환 구조로 작동해야 노사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19일 노사정 공식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1기 출범식에서도 이 대통령은 고용 유연성과 관련한 사회적 대타협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이날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공개적으로 사회안전망을 전제로 한 고용 유연성 문제를 꺼내며 노동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 李 “가야 할 길 명확”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노동정책 간담회에서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를 향해 대화를 통한 대타협을 당부했다. 경영계는 경직적 고용 구조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강하게 충돌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문제는 불신”이라며 “어려운 현실이더라도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유럽 국가의 사회적 대타협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도 새로운 길을 한 번 열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고용 계약 형식을 다양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경영계 주장에 일정 부분 공감한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인 2024년 경영계를 만난 자리에서 “노동자 입장에서는 (낮은 고용 안정성이) 불안하고, 기업인은 고용 유연성이 낮아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취임 다음 날 주재한 국무회의에서는 “고용 유연성과 사회안전망, 사측 부담이 선순환될 수 있도록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양대 노총 위원장을 만나서도 “고용 안정성과 유연성 문제를 터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의 경직적 고용 구조가 기업의 정규직 채용 위축과 하청의 재하청, 노동자의 비정규직 기피 등 다양한 문제를 낳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이 대통령이 악순환을 언급한 이유다. 이 대통령은 “노동자는 정규직 지위를 잃으면 생존조차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며 “그러니 단단하게 뭉쳐서 지켜내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기업 입장에서도 정규직으로 뽑아놓으면 어떤 상황이 와도 유연한 대응이 어려우니 아예 안 뽑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유연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일방적 희생’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노동자의 희생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하는 건 옳지 않다”며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고용 유연성이 올라가면 기업 생산성이 높아지는 등 이득이 있으니 이를 사회안전망 확보에 투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사회안전망 강화에는 비용이 들고, 기업은 고용 유연화에 따른 혜택을 보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부담을 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산업 현장에 도입된 인공지능(AI) 기술이 기존 근로자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면서 “로봇세도 나중에 얘기해봐야 한다”며 “AI 도입에 따른 저항을 줄이기 위해 기업의 부담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 경사노위, 7개 위원회 운영이날부터 가동하는 경사노위 1기는 총 7개 위원회로 나눠 운영한다. 김지형 경사노위 위원장은 세대 갈등, 노동시장 양극화 등을 다루는 특별위원회를 이끌기로 했다. 민감한 주제인 만큼 국민을 논의에 참여시켜 공론화할 계획이다. 경사노위는 이 같은 공론화 방식을 향후 사회적 대화 전반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법정 정년 연장은 국회 차원에서 사회적 대화가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다루지 않는다. 다만 고령 인구 계속고용 문제와 이로 인한 청년 일자리 위축 우려는 경사노위 의제로 논의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경사노위 1기는 우리 사회 격차를 해소하고 균형 성장을 위한 진정한 상생의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했다.
한재영/곽용희/김형규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