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역에서 세종문화회관으로 이어지는 널찍한 계단이 외국인의 인증사진 명소가 됐다.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을 앞둔 광화문광장 일대의 풍경이다. 콜롬비아에서 온 넬슨과 알렉산드라 커플도 19일 이른 아침부터 이 계단의 BTS 관련 문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들은 지난 16일 한국을 찾은 뒤 서울 투어를 하고 있다. 넬슨은 “어제 광장시장에서 먹은 떡볶이가 정말 매워서 신기했다”며 “오늘은 공연 장소를 미리 둘러보려고 왔다”고 말했다. ◇팬 답사에 특수 맞은 광화문 상권
21일 BTS 컴백 공연을 앞두고 광화문광장 일대가 벌써 들썩이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BTS 팬덤인 ‘아미(ARMY)’가 몰려들고 있어서다. 공연 전부터 팬들이 인증 사진을 남기거나 관람하기 좋은 장소를 답사하면서 광화문 상권은 특수를 맞고 있다. 월드컵 거리 응원전 이후 최대 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자 경찰과 서울시는 안전사고를 우려해 비상 대응 체제에 들어갔다.
경찰에 따르면 21일 광화문광장 일대에 아미 등 최대 26만 명의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광화문 인근에서 열리는 문화 행사에 20만 명 이상이 모이는 것은 2002·2006년 월드컵 이후 처음이다. 종교 행사 중에서는 20만 명 가까이 모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2014년 시복식 때가 최근 사례로 꼽힌다.
아미들은 이번 주 속속 한국에 입국해 광화문광장 일대를 찾고 있다. 콘서트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은 멀리서라도 공연을 보기 위해 ‘공연 명당’을 미리 파악 중이다. BTS 상징색인 보라색 재킷을 입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소피아 로렌은 “입장 티켓을 구하지 못했지만 현장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 휴가를 내고 한국에 왔다”며 “어떻게든 관람하고 싶어서 미리 광화문광장을 둘러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상인들은 공연 특수를 기대하며 손님맞이에 나섰다. 광화문광장 서쪽 골목의 한 한식주점 직원 정모씨(23)는 “이미 외국인들이 워크인(비예약 방문)으로 많이 찾고 있다”며 “당일까지 크리스마스 수준의 대목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송모씨(44)는 “공연 덕에 평소보다 손님이 늘어난 게 실감 난다”며 “토요일은 오후 8시에 닫는데, 공연이 있는 21일에는 네 시간 연장해 밤 12시까지 영업할 계획”이라고 했다. ◇불꽃축제 두 배 경찰 투입…인력 총동원공연을 앞두고 경찰과 서울시, 하이브는 대규모 인파에 대비해 안전관리 방안을 총동원하고 있다. 인파 밀집 구간을 중심으로 동선 분리와 통제 계획을 마련하고, 현장 인력을 대거 배치하는 한편 유관기관 간 협조를 강화해 돌발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세종대로 사거리부터 광화문 삼거리까지 약 1㎞ 구간은 높이 1m가 넘는 회색 펜스로 둘러싸여 있다. 콘서트 이전에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경찰은 인파 안전관리, 대테러 안전 활동 등을 위해 6700여 명의 경찰관을 동원한다. 여의도 불꽃축제에 투입되는 경찰관(3000명대)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이외에 서울시와 자치구, 서울소방재난본부에서 3400명, 행사 주최 측인 하이브에서 4800명을 투입한다. ◇공연장 인근 회사는 ‘비상’관광객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근 직장가에서는 연차 사용을 둘러싼 갈등까지 불거지고 있다. 사단법인 직장갑질119에는 BTS 공연을 앞두고 광화문 인근 일부 회사가 20일 오후 반차를 강요하거나 출근을 제한하는 등 사실상 연차 사용을 압박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광화문 일대 예식장들도 대규모 인파로 인한 교통 혼잡에 대비해 하객 동선 우회 안내와 대중교통 이용 공지 등을 하고 있다. 을지로의 P호텔 예식장은 21일 예정된 10건의 예식 하객들에게 광화문 대신 한남대로나 장충동 일대를 통한 우회 동선을 안내하는 예약 문자를 발송할 계획이다. 광화문 인근의 또 다른 A예식장 관계자는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신랑·신부들에게 이동 혼잡 상황을 사전에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병화/진영기/이소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