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미국과 일본, 캐나다 중앙은행은 금리 동결을 결정하며 중요 원인으로 “유가 급등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을 들었다. 원유 가격 상승이 에너지 가격을 넘어 각종 제품 가격 및 물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플레이션 둔화에 따른 통화정책 완화 기대감이 빠르게 식는 분위기다. ◇에너지 불확실성 경고한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은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연 3.50~3.75%로 유지했다. 성명문에서 Fed는 “경제활동이 견고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인플레이션율이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성명에선 지정학적 리스크의 경계를 뚜렷이 했다. Fed는 “경제 전망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이며 중동 상황이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뒤이은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5년간 우리는 관세 충격과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었고, 이제 규모가 상당하고 지속 기간이 긴 에너지 충격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 충격이 실제로 어떨지 알 수 없다”며 “이런 상황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에 악영향을 미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Fed는 물가 관련 전망도 높여 잡았다.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7%로 제시해 지난해 12월 전망치(2.4%)보다 크게 상향 조정했다. 근원 PCE 물가 전망치 역시 2.7%로 올라 물가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성장률 전망은 소폭 개선됐다.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2.4%로 기존 2.3%에서 상향 조정됐다. 실업률은 4.4%로 기존 전망과 동일해 노동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금융시장에선 Fed가 금리 인하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커지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오는 6월까지 금리를 현 수준으로 동결할 확률은 한 달 전 38%에서 이날 93%로 크게 뛰었다. 연말까지 기준금리 인하를 전혀 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한 달 전 5%에서 이날 52%로 높아졌다. ◇日도 “물가상승폭 확대 야기”영국은행(BOE)도 이날 기준금리를 연 3.75%로 동결했다. BOE 통화정책위원회는 “중동 전쟁으로 전 세계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했고, 이는 가계의 연료비와 공공요금 인상, 기업의 비용 증가 등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만장일치’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결정은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과 경제 성장 부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BOE의 고민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이날 기준금리를 연 2.0%로 동결했다. 지속되는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해 인플레이션이 심화할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설명이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19일 ‘연 0.75% 정도’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일본은행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불안정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원유 가격도 큰 폭으로 상승해 향후 동향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리 결정을 앞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주요 신흥국 15곳 중 10곳이 6개월 이내에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주 들어 해당 국가는 6곳으로 줄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