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중공업이 개정 상법 시행 전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사 정원 축소를 추진했으나 국민연금의 반대로 무산됐다. 국민연금이 상법 개정안 취지에 반하는 정관 변경을 시도하면 강력히 반대 의견을 내겠다고 밝힌 뒤 나온 첫 번째 부결 사례다.
효성중공업은 19일 서울 공덕동 효성빌딩에서 열린 정기 주총에서 이사 정원을 3~16명에서 3~9명으로 변경하는 등 정관 변경안을 상정했지만 부결됐다. 안건에는 이사 자격 요건을 더 엄격히 제한하고 임기를 3년 내에서 유동적으로 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올해 하반기 시행되는 개정 상법에 따라 집중투표제가 적용되는 대기업에서는 한 번에 선임하는 이사가 많을수록 소수 주주 지지 후보가 이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개정 상법 시행 전에 열린 이번 주총에서 기업이 이사회 정원을 줄이거나 임기를 유동적으로 정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국민연금은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며 관련 안건에 반대하겠다고 경고했다. 손협 국민연금 운용전략실장은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자본시장 간담회에서 “3월 주총 시즌에 각 기업에서 정관 개정안을 굉장히 많이 내고 있는데 상법 개정 취지를 몰각하고 회피하는 시도가 눈에 띈다”며 “여러 시도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시장과 소통하는 데 신경 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안건 부결로 대주주 경영권 방어막이 약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주주들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해당 안건을 재검토해 주주 가치 제고에 부합하는 실효성 있는 대안을 조속히 마련해 시장과 소통하겠다”고 했다. 효성중공업은 시장과 소통한 뒤 개선안을 마련해 임시 주총 등을 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날 우태희 효성중공업 대표는 주총 인사말에서 “지난해는 인공지능(AI) 기술 확산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를 계기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해 전력 인프라의 적기 공급 능력과 품질 경쟁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였다”며 “AI 기반 신사업·신제품 개발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