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서울 성동구와 동작구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했다. 다주택자 규제 강화로 시작된 집값 약세가 강남권에서 ‘한강 벨트’(한강 인접 자치구)로 확산하고 있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05% 올랐다. 7주 연속 상승세가 둔화했다. 성동구(0.06%→-0.01%)와 동작구(0.0%→-0.01%)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집값이 내린 자치구는 기존 송파(-0.16%) 서초(-0.15%) 강남(-0.13%) 용산(-0.08%) 강동(-0.02%)에 더해 일곱 곳으로 늘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의 종료(5월 9일)를 앞두고 시장에서 급매가 소화되는 영향이다. 이번 조사에는 전날 열람을 시작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다.내달까지 다주택자 매물 늘 듯…1주택 고령자도 매도 저울질
성북·노원구 등 중저가 지역은 매수세 몰리며 강세 이어가서울 아파트값 하락세가 강남권에서 ‘한강 벨트’로 확산하고 있다. 현장에선 이달 말부터 다음달 중순까지 다주택자 ‘절세 매물’이 쏟아져 하락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악·성북·강서 등 중저가 지역에선 15억원 이하 아파트에 매수세가 몰려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서도 지역에 따라 부동산 온도 차가 확연하다. ◇“다주택자 급매, 집값 끌어내려”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지난 16일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 중 7곳에서 아파트값이 내렸다. 지난달 강남(이번주 -0.13%), 서초(-0.15%), 송파(-0.16%), 용산(-0.08%)에서 시작한 하락세가 지난주 강동(-0.02%)에 이어 이번주 성동(-0.01%)과 동작(-0.01%)으로 번졌다. 성동구 집값이 내려간 것은 2024년 3월 둘째주(-0.02%) 후 2년 만이다.
다주택자 급매가 집값을 끌어내리는 원인으로 꼽힌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119㎡는 지난 7일 38억원(2층)에 거래돼 올 1월 최고가(46억원·13층)보다 8억원 낮았다. 이달 13일엔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 대치팰리스 1단지’ 전용 84㎡가 41억5000만원(12층)에 거래됐다. 작년 11월 최고가(47억5000만원·21층)보다 6억원 낮은 가격이다. 송파구 잠실동 A공인 관계자는 “몇 주 전 가계약을 체결한 다주택자 급매가 거래 허가를 마치고 최근 하나둘 실거래로 등록되고 있다”며 “급매가 소진되기 전까진 집값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려는 다주택자는 오는 5월 9일까지 매도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관할 구의 거래 허가가 2~3주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하순에서 다음달 중순 사이 또 한 차례 급매가 쏟아질 수 있다.
대치동 B공인 관계자는 “한 차례 급매가 소화된 후 매도자와 매수자가 눈치 싸움을 벌이는 소강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2차 매도세가 펼쳐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1주택 고령자 매물도 관건이다.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증가, 7월 세제 개편 등이 부담 요인이다. 서초구 잠원동 C공인 관계자는 “고령자 매물은 10% 정도로 아직 많지 않지만, 보유세 부담을 우려하는 문의가 늘었다”고 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 매물은 이날 1만626개로 2주 동안 11.6%(1107개) 늘었다. 강동(10.4%), 서초(10.2%), 성동(8.8%), 영등포(7.4%), 양천(6.9%)도 매물이 늘었다. ◇15억원 이하 중저가 강세 지속이전에 서울 집값은 금천, 도봉, 노원 등 외곽이 가장 먼저 내리고, 가장 늦게 올랐다. 이번엔 반대다. 강남권과 한강 벨트 집값이 내리고 있지만 중저가 지역 집값은 상대적으로 강세다. 이번주에도 성북(0.20%), 중(0.20%), 서대문(0.19%), 광진(0.18%), 동대문(0.17%), 은평(0.15%), 강서(0.14%), 구로(0.14%), 노원(0.14%) 등에서 오름폭이 컸다. 올해 누적 상승률도 관악(3.21%), 성북(3.12%), 영등포(2.92%), 강서(2.88%) 순으로 높다.
업계 관계자는 “고가 지역에서 매물이 늘었지만, 대다수 실수요자는 살 수 없는 물건”이라며 “최대 6억원인 대출로 그나마 살 수 있는 15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고가도 이들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관악구 봉천동 ‘관악 푸르지오’ 전용 84㎡는 12억4000만원으로 처음으로 12억원을 넘었다. 작년 10월까지 10억원대에 거래되던 곳이다. 강서구 염창동 ‘현대3차’ 83㎡는 10억5000만원으로 작년 11월 최고가(8억9400만원)보다 1억5600만원 뛰었다.
중저가 지역이 강세인 ‘풍선 효과’는 경기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번주 안양 동안구 아파트값은 0.40% 올랐다. 용인 수지(0.29%), 광명(0.22%), 성남 수정(0.21%), 구리(0.19%) 등에도 매수세가 몰렸다. 용인 수지와 안양 동안은 올해 들어 각각 5.80%와 4.38% 올랐다.
임근호/구은서/정의진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