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택했어, 조건 없는 믿음을 가지겠어.”(BTS의 ‘WINGS’ 가사 중)
컴백일이 하루하루 가까워질수록, 도시의 공기는 미세하게 진동하기 시작한다. 설레는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은 비단 팬들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지난 4년, 일곱 명의 멤버가 각자의 자리에서 개인 활동으로 그 시간을 채워줬지만, 아미(ARMY)가 진정으로 갈망한 것은 완전체라는 이름의 견고한 성이었다. 보라색 아미밤을 흔들며 마지막 응원을 보낸 2022년 ‘옛 투 컴 인 부산(Yet To Come in BUSAN·최고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이후, 꼬박 4년 만에 일곱 명의 소년이 다시 한 무대에 선다.
방탄소년단(BTS)은 전원 한국인 그룹이라는 정체성을 지키며, 2022년 맏형 진을 시작으로 차례로 국방의 의무를 다했다. 해외 팬들에게 ‘군백기’(군 입대로 인한 공백기)라는 단어는 낯설고 생경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멤버가 입대하던 날, 전 세계 SNS에는 수십만 개 언어로 “우리는 기다릴 것이다”라는 약속이 밀려들었다. 위버스 내 BTS 커뮤니티 가입자 3350만 명. 아시아(45%), 북미(20%), 남미(15%), 유럽(12%)을 아우르는 이 거대한 제국은 흩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기다림이라는 감정을 공유하며 더욱 단단하게 결속했다.
이들의 유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BTS의 미국 시장 진출 역시 아미가 맨손으로 일궈낸 쾌거였다. 팬들은 자발적으로 미국 라디오국에 BTS 노래를 신청하고, 투표 링크를 실어 나르며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었다. 그 결과 2017년 빌보드 뮤직 어워즈 톱 소셜 아티스트(Top Social Artist) 부문 한국 가수 최초 수상이라는 역사를 썼다.
“우리가 해냈다”는 말이 그날 밤 SNS를 가득 채웠다. BTS는 무대에 섰고, ARMY는 그 무대를 세계로 밀어 올렸다. 새 앨범이 나오는 날이면 전 세계 팬들이 스트리밍 횟수를 함께 쌓아 올린다. 숫자 뒤에는 ‘이들의 음악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닿았으면 한다’는 간절함이 담겨 있다.
이번 광화문 컴백 공연을 앞두고도 아미는 어김없이 움직였다. 자발적으로 굿즈를 제작하고 이미지를 공유하며 무대 밖에서 축제의 장을 열었다. 그 중심에는 기술과 재능으로 연대하는 이들이 있다. ‘개발하는 지우아빠’는 수년간 전 세계 아미가 준비한 이벤트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플랫폼 ‘아미로드’를 구축했다.
또 다른 아미 ‘케이쏘잉’은 이번 앨범의 로고인 ‘아리랑’ 댕기 리본을 손수 제작해 나눔하고 있다. 한국의 미를 알리고 싶어 하는 해외 아미의 글을 보고 재능을 보태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1500개를 넘어섰다.
아미가 만들어내는 경제적 파급력 또한 압도적이다. BTS 콘서트 1회당 발생하는 경제 효과는 티켓과 숙박, 관광을 포함해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아미가 지향하는 가치는 자본의 논리에만 머물지 않는다. 아미의 누적 기부액은 92억원(지난해 말 기준)에 육박하며 세계 155개국 청소년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아티스트의 선한 영향력을 닮고자 스스로 빛이 되기를 자처한 셈이다.
이제 곧 광화문 광장은 보라색으로 물들 것이다. 누군가는 묻는다. 무대와 멀리 떨어진 그 좁은 틈바구니에서 무엇을 위해 모이느냐고. 아미의 대답은 명확하다. 돌아온 BTS에게 “우리가 여전히 여기 있다”고 전하기 위해서, 그리고 곁에 선 이름 모를 아미에게 “잘 지냈어?”라는 안부를 건네기 위해.
부산에서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이 여정은 팬들만의 잔치를 넘어 일반 시민과 호흡하는 축제의 장이 됐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때 스스로를 믿고 나아가는 힘, 그것은 BTS가 아미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 4년의 기다림 끝에 찾아온 보라색 봄, 이제 다시 그들의 시간이 시작된다.
김현주 한경 웨이브 에디터(아트플롯 디렉터·9년 차 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