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는 것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혼자 있을 때도 ‘유튜브 쇼츠’를 계속 넘기거나 여러 채팅방을 오가며 시간을 채운다. 깨어 있는 동안에는 늘 누군가와 연결돼 있어야 한다는 압박이 뒤따른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수시로 정보를 확인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소비하는 생활이 반복된다.
프랑스 작가 세바스티앵 스피처의 <신은 우리에게 낮잠이라는 선물을 주었다>는 이런 환경에서 벗어나는 수단으로 ‘낮잠’을 제시한다. 책은 낮잠을 단순한 휴식으로 보지 않는다. 과도한 자극과 연결 상태에서 잠시 이탈하는 수단으로 설명한다. 짧은 시간이라도 몸을 멈추고 외부 자극을 차단하면 긴장이 풀리고 생각의 흐름이 정리된다. 포모(FOMO·소외 공포)로 인한 충동적인 판단을 하는 것도 피할 수 있다.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돌아보게 하는 기회도 준다.
책은 역사와 철학, 예술을 오가며 낮잠의 의미를 짚는다. 낮잠을 둘러싼 인식은 시대에 따라 달라져 왔다. 에피쿠로스가 활동하던 고대 그리스에서는 평온과 여유가 중요한 삶의 조건으로 여겨졌다. 중국에서도 식후 낮잠은 오랜 생활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과학자 아이작 뉴턴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역시 일정한 휴식을 유지하며 연구를 이어갔다. 생각하기를 잠시 쉴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잘 떠오를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근대 이후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토머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이후 인공적인 시간 체계가 자연의 리듬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정해진 시간 동안 계속 일하는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낮잠은 점차 부정적인 의미를 띠게 됐다. 낮에 잠을 자는 행동은 비효율이나 게으름으로 해석됐고 오래 깨어 있는 것이 성실함의 기준으로 받아들여졌다. 일정한 시간표에 맞춰 움직이는 생활이 표준이 되면서 개인의 신체 리듬은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저자는 낮잠을 통해 자연스러운 신체 리듬에 응답하는 게 효율성의 관점에서도 유리하다고 강조한다. 잠을 자는 동안 두뇌는 깨어 있을 때 했던 일을 재연하기 때문이다. 몸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활동하며 정보를 분석하는 일도 한다. 실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조종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낮잠이 각성도와 집중력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결과를 내놨다.
유능한 인물과 조직이 낮잠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된다.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하루 중 짧은 수면을 여러 차례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와 훈련 일정이 일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회복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방식이다. 미국에서도 지난 수십년 동안 '파워냅'(짧은 낮잠)'은 사무실과 가정에서 업무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낮잠은 강도 높은 업무와 치열한 경쟁으로 누적되는 피로를 관리하는 수단으로도 제시된다.
낮잠은 성과와 효율을 우선시하는 흐름 속에서 스스로의 상태를 돌아볼 여유를 만들어 준다. 저자는 쉬지 않고 달리는 것이 미덕이 된 환경에서 잠시 멈추는 선택 자체가 필요하다고 한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