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모호한 노란봉투법의 문제들 [화우의 노동 인사이트]

입력 2026-03-19 17:10
수정 2026-03-1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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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으로 통용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예정된 지난 10일부터 시행되었고, 시행 첫날부터 수많은 하청업체 노동조합은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 요구에 돌입했다.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 전국 400여 개 하청업체 노동조합은 220여 곳의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 요구에 돌입했으며, 이에 참여한 하청 노동조합원은 8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노란봉투법의 시행으로 인한 충격은 이렇게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많은 법적 쟁점들과 관련해서는 관계 당사자들에 의사결정 및 행위를 돕기 위한 기준이 정립되지 않아 여전히 혼란하기만 하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2월에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 등을 마련하여 노란봉투법 시행 과정에서의 노사 당사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개정 노동조합법의 취지가 산업현장에 안정적으로 구현되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노동조합법상의 개별 제도들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에 어떻게 운영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호한 측면이 많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둘러싼 법적 공방먼저 교섭창구 단일화와 관련하여, 고용노동부는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을 통하여 계약외사용자인 원청사용자는 전체 하청노동자 집단과 교섭단위를 구성하며, 계약외사용자는 전체 하청 노동조합 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하였다. 이러한 고용노동부의 입장은 원청 노동조합을 포함하여 단일한 교섭단위를 구성할 경우에 하청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어렵다는 노동계의 비판을 수용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제1항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 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원하청 노동조합이 같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존재하는 이상 노동조합을 조직한 근로자가 원청 소속인지, 하청 소속인지에 따라 원칙적으로 교섭단위가 분리된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하청노동조합과 원청노동조합이 교섭권 범위 및 사용자 책임 범위, 근로자 특성, 이해관계, 근로조건 결정 방식 등에 있어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원청 노동조합과 하청 노동조합을 동일한 교섭단위로 묶을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노동조합법 제29조의3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도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을 고려한 교섭단위분리절차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하청 노동조합 간의 위와 같은 차이점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문제는 교섭단위분리절차를 통해 조율하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논란은 계속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이는 고용노동부의 최초 입장이었기도 하다).

원청 '사용자성' 판단 모호... 부당노동행위 리스크기업들이 맞닥들이고 있는 다른 중요한, 그리고 결정적인 리스크는 부당노동행위 해당 가능성이다. 노동조합법은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는데, 노란봉투법 이전에는 본인이 부당노동행위의 주체인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를 사용자 스스로 판단함에 있어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노란봉투법 이후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대하여 원청은 자신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스스로 판단하여 교섭에 응할지를 결정하여야 하고, 만약 사용자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향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리스크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특정한 교섭 의제에 관하여 자신이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를 사용자 스스로 판단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존재하며, 결국 원청이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는 공권적 판단을 통하여 확인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관하여 고용노동부는 단체교섭 요구 사실 미공고에 대한 시정절차에서 노동위원회가 공고를 명하였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공고하지 않는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사법처리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원청이 사용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확정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선제적으로 사법처리를 진행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당노동행위는 노동조합법상 형사범죄로 규정되어 있으며, 사용자만이 범할 수 있는 진정신분범의 성격을 가지므로 그 성립을 위해서는 신분의 고의, 즉 원청 자신이 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인식과 의사가 요구되는데, 법원의 확정적인 판단 이전에 원청이 단체교섭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원청이 자신이 사용자라고 인식하면서 단체교섭을 거부 또는 해태하였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경영권과 노동3권의 충돌... 계약 해지도 지배·개입 논란부당노동행위 리스크는 단순히 단체교섭 과정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조합법은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 역시 부당노동행위의 한 유형으로 정하여 금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만약 하청업체에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중, 원하청 간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사유가 발생하여 원청이 하청과의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거나, 혹은 계약기간이 만료하여 더 이상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종료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가? 이러한 원청의 의사결정은 필연적으로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을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의 혐의를 받을 수밖에 없겠지만, 이러한 의사결정을 모두 부당노동행위로 본다면 원청인 사용자의 계약의 자유를 지나치게 위축시킬 있다는 우려도 있다.

노란봉투법의 전격적인 시행으로 인해 노사관계는 이제 새로운 차원의 국면으로 전환되었지만, 이처럼 아직 세부적인 많은 문제들은 여전히 모호하게 남아 있다. 근로자들의 노동3권의 실질적인 보장과 사용자의 기업경영의 자유 사이의 적절한 조화를 도모할 수 있도록 정부나 사법부의 합리적인 해석과 법적 결론이 시급히 요청되며, 관계 당사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적절한 판단 기준들이 확립될 때까지 관련된 사법 절차의 진행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