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저녁, 반포 세빛섬의 ‘무드서울’은 짙은 포도 향기로 가득찼다.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제석형’이라는 친근한 별칭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 그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100대 와인(Top 100 World Wine)’ 리스트는 전 세계 와인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절대적인 지표다. 이 리스트의 정점에 선 와인 중 40종을 서울 한복판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소식에, 수백 명의 와인 애호가들이 한강 위로 모여들었다.
제임스 서클링은 단순한 평론가를 넘어 와인 업계의 아이콘이다. 2013년 한국인 아내 마리와 결혼한 뒤 “해장으로 설렁탕을 즐긴다”는 고백으로 한국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는, 매년 2만 종 이상의 와인을 시음하며 그 날카로운 감각을 유지한다. 그가 운영하는 플랫폼에는 40여 년간 쌓아온 18만 개 이상의 평가가 기록돼 있다.
이날 열린 ‘TOP 100 스페셜 테이스팅’은 종합주류기업 아영FBC가 공들여 준비한 국내 최대 규모의 프리미엄 시음회였다. 단순히 술을 마시는 자리가 아니라, 전 세계 와인 업계의 동향을 한눈에 읽을 수 있는 ‘감각의 장’이었다.
행사의 백미는 단연 2025년 제임스 서클링 TOP 100 리스트에서 영광의 1위를 차지한 ‘샤또 디쌍(Chateau D'Issan)이었다. 특히 샤또 디쌍의 오너 에마뉘엘 크뤼제(Emmanuel Cruse)가 직접 방한해 한국 팬들과 마주 앉았다.
오너의 양조 철학을 들으며 맛보는 1위 와인의 풍미는 그 자체로 특별한 교육이자 경험이다는 게 참가자들의 얘기다. 그는 기자와 만나 "2022년 빈티지는 특히 좋은 기후적 조건으로 인해 매우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며 "애호가들이 가격 대비 훌륭하다고 느낄 만한 보르도 와인을 계속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돔 페리뇽(Dom Perignon), 피라 바롤로(Pira Barolo), 키슬러(Kistler) 등 이름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정상급 와인 40여 종을 테이스팅하며 제임스 서클링의 안목을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행사는 1, 2부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각각 10만원이 넘는 참가비에도 준비된 좌석이 꽉 찼다.
행사가 열린 무드서울은 서울을 대표하는 와인 문화 거점으로 꼽힌다. 탁 트인 한강 전망을 배경으로 2부에서 제공된 디너 뷔페와 와인의 페어링은 테이스팅의 깊이를 한층 더했다. 아영FBC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글로벌 와인 시장에서도 상징적인 자리가 됐다”며 "앞으로도 독보적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특화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제임스 서클링은 오는 11월 한국을 직접 찾을 예정이다. 올해는 또 어떤 새로운 스토리의 와인이 찾아올까. 와인 애호가들의 마음은 벌써 다음 '제석형 리스트'를 향해 있다는 걸 확인한 밤이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