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없었으면 어쩔 뻔"…광화문 공연 앞두고 난리 난 동네 [현장+]

입력 2026-03-20 18:52
수정 2026-03-20 22:34


지난 19일 오전 11시 50분경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한 건물 앞. 건물 외벽 곳곳에 사람 손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 매직으로 낙서가 되어있었다. 보도블록에도 낙서가 있을 정도였다. 'BTS', 'ARMY', 'JIN' 등 방탄소년단(BTS) 관련 내용으로 뒤덮인 이곳은 BTS가 글로벌 스타가 되기 전부터 연습 생활을 이어왔던 하이브의 옛 사옥이다. 점심시간에도 10명 남짓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모여 건물 외관을 바라봤다. 흰머리를 한 60대 여성부터 BTS 공식 응원봉인 아미봉을 가지고 온 20대 여성까지 나이, 국적 또한 다양했다.

오는 21일 BTS의 광화문 공연을 앞두고 광화문, 명동 일대뿐만 아니라 BTS의 옛 거처인 압구정·학동 일대도 'BTS 특수'를 누리고 있다. 압구정과 학동은 하이브가 빅히트 뮤직이었던 시절, BTS 멤버들의 숙소부터 자주 가던 식당이 있는 곳이다. BTS가 지금의 명성을 얻기 전 산전수전을 겪은 '성장 서사'가 담긴 장소를 팬들은 하나하나 톺아가며 여행한다. 일명 'BTS 성지 투어'다.

"한국 올 때마다 와요"…글로벌 BTS 팬들 감동 이면은?



이날 아미봉을 들고 온 알디(27·스페인) 씨는 옛 하이브 사옥을 4번이나 찾았다고 했다. 2018년부터 BTS의 팬이었던 그는 오는 21일 BTS 컴백을 맞이해 친구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알디씨는 "BTS가 컴백할 때마다 여기에 온다"며 "여기에 오면 감동이 밀려온다. 멤버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느껴지는 점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BTS 멤버 진은 초창기 시절을 떠올리며 예전 연습실을 '곰팡이가 피고 나무 썩는 퀴퀴한 냄새가 나던 곳'이라고 적기도 했다. 당시 빅히트 뮤직은 JYP·SM·YG 등 '빅3'가 아닌 중소 기획사였다. 상대적으로 대형 기획사 아이돌과 달리 음악방송, 예능 출연이 어려웠던 BTS는 자체 콘텐츠를 유튜브 채널에 올리면서 팬들과 접점을 늘려갔다.

당시 콘텐츠에 자주 노출됐던 맛집, 사옥 근처 공원, 숙소가 바로 옛 하이브 사옥을 중심으로 모여있는 것. 글로벌 팬들은 BTS의 초창기 시절을 느끼는 것을 즐겼다. 한국에 올 때마다 이 근방을 들리는 정도다. 알디씨와 함께 있던 피울라(30·스페인) 씨는 2주 뒤에 또 한국을 올 예정이다.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BTS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서다. 피울라 씨는 "그때도 또 여기를 올 것"이라며 "이 빌딩에 쓰여있는 글씨랑 모습 자체가 '나이스 앤 프리티'"라고 강조했다.

다만 건물 관리자는 글로벌 팬들 방문에 애를 먹고 있었다. 현재 건물 안에는 AM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해 다른 일반 사무실도 들어서 있다. 지금은 BTS와 관련 없는 직장인들의 근무터이지만 글로벌 팬들이 매일 같이 찾아와 사진을 찍고, 낙서를 추가하는 상황이다. 건물 관리소장은 "예전에는 호루라기까지 불면서 막아보고 그랬다. 그래도 계속해서 많이 찾아오니 손을 쓸 수가 없다"며 "퇴근 후에도 와서 낙서를 하는데 어떻게 하는 수가 있나"고 토로했다.
동네 상권도 책임진 BTS…광화문 공연 앞두고 고객 30% 늘어알디씨와 파울라씨처럼 옛 사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다음 성지 투어 장소로 '유정 식당'을 찾았다. BTS가 연습생 시절부터 찾았던 한식집이다. 유정 식당에 들어서니 벽면 곳곳에 포스터, 스티커 등 굿즈들이 붙어있었다. 천장에도 굿즈가 있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장영근(78) 씨는 "2013년도부터 팬들이 와서 붙인 것"이라며 "최근에도 와서 붙인다. 각 나라에서 다 온다. 외국분들 모두 한국어를 공부하고 와 이모, 이모부라 부르면서 주문한다"고 했다.

유정식당은 오후 2시 반이면 매일 만석이 된다. 판매하는 메뉴 또한 구별 없이 다 잘 나간다고 장씨는 전했다. 흑돼지 돌솥비빔밥은 '방탄비빔밥'으로 통한다. BTS라 써진 보라색 후드티를 입은 장씨는 "팬들이 준 것"이라며 "BTS 덕분에 잘됐다"며 수줍게 웃었다.

BTS의 숙소였던 카페 '휴가'도 지난주부터 매출이 늘었다. 오는 21일 BTS 광화문 공연을 맞아 외국인 관광객들을 포함한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현장 직원은 설명했다. 일본 관광객이 많이 와 직원 중 한 명은 일본인이기도 했다. 직원은 "지난주부터 30%는 더 오시는 거 같다. 일본 분들은 40대, 50대가 많이 오시고 주로 오시면 방명록을 남기시거나 입구에서 사진을 찍고 간다"고 말했다.



BTS 자체 콘텐츠에 나왔던 '학동 공원'도 성지 여행 장소 중 하나다. 당일 공원을 찾으니 신발, 웃옷, 손톱 등 보라색 아이템을 하나씩 장착한 40~60대 여성 5분이 모여있었다. 그들은 각각 호주, 싱가로프, 말레이시아에서 온 한 가족이었다. 흰 머리에 단발머리를 한 A씨는 "제가 토요일 공연 티켓에 당첨됐다"며 "우리 가족 모두 아미다. 이렇게 가족 여행으로 한국을 온 건 처음"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날 이들은 공원을 찾은 BTS 팬과 대화하며 서로 굿즈를 주고받는 등 팬 활동을 즐겼다. 아미는 BTS의 글로벌 팬덤명이다.
'방탄 성지 투어' 여행사 패키지까지…BTS 특수 곳곳서 누려


압구정·학동 일대에 이어 성수도 BTS 성지 투어로 떠오르고 있다. 멤버 RM의 여동생이 연 카페가 있어서다. 알디씨와 피울라 씨는 옛 사옥을 본 뒤 유정식당에서 밥을 먹고 성수에 있는 RM 여동생의 카페에 갈 예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BTS와 연관되어 있다면 팬들의 '성지 투어'로 연결되는 것이다. 카페 직원은 "지난주부터 많이 오기 시작했고 날마다 많아진다. 금요일과 일요일이 매우 바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하이브 사옥이 있는 용산 또한 BTS 성지 투어 명소 중 하나다. 사옥 앞에서 사진을 찍고 BTS 사진으로 도배된 카페·식당을 찾는 것이 용산 성지 투어 코스다. 이 카페·식당 모두 사장님이 아미인 것으로 유명하다. 일종의 팬 커뮤니티 장소 역할을 이곳들 또한 광화문 공연을 앞두고 고객이 늘었다.



카페 직원은 "이번 주부터 30% 이상 더 오는 거 같다. 목요일, 금요일이 정점일 거 같다"며 "오시는 분들도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고 했다. 떡볶이 가게를 운영하는 50대 나모 씨는 "우리 부부 모두가 아미"라며 "농담으로 북한 사람 빼고 다 온다고 하는데 실제로 미국분들도 많으시고 러시아 분들도 많다"고 했다.

여행사에서도 '방탄 성지 투어' 패키지를 판매했다. 용산에 위치한 하이브 사옥을 들른 후 압구정으로 넘어가 옛 사옥부터 맛집, 학동 공원을 방문하는 식이다. 해당 여행사 관계자는 "장소에 가는 것만으로도 많이 만족하신다"며 "여행사가 아니더라도 개인적으로도 많이 가더라. 코로나19 이후부터 꾸준히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BTS 광화문 공연을 이틀 앞두고 국내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더 많아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오는 21일 광화문에만 최대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관광객 1인당 총소비금액은 2019년보다 83% 늘었다. 지난해 방한 관광객도 1893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올해는 중·일 관계 악화에 따른 반사이익, BTS 콘서트 개최 등으로 방한 관광객이 2000만명을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