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는 애초에 부족하고, '스타벅스' 조차 없다. 고향을 떠나기 싫지만, '사람은 서울로'라는 말은 여전하다. 2026년 수도권으로 몰리는 지방 출신 청년들이 처한 현실이다.
비수도권 유출 인구 중 청년층 비중이 2018년 이후 50%를 상회하며 지역 소멸 위기가 가속화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인구 이동을 넘어 지역의 생산능력과 혁신역량을 훼손하는 구조적 과제로 '청년 유출'이 부상한 가운데, 청년들을 지방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일자리뿐만 아니라 주거, 문화, 그리고 지역사회의 개방성을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반복된 이사가 곧 소득감소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청년의 지역 이동과 정착’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향하는 가장 큰 동기는 ‘경제적 기회’였다. 실제로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한 청년 5명 중 1명(18.8%)은 실질소득 개선을 경험하며 타 이동 유형 대비 가장 높은 소득 증가율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잦은 이동은 장기적으로 독이됐다. 거주지 이동이 3회에 도달할 때까지는 소득 증가율이 확대되지만, 4회 이상부터는 오히려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보고서는 “반복된 이동으로 직장 경력이 단절되고 네트워크가 끊기면서 더 나은 직장을 찾기 어려워지는 ‘이동의 함정’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 '삶' 樂, 聯으로본 지역의 매력도연구원은 지역의 청년 정착 여건을 진단하기 위해 △일(Work, 경제적 기반) △삶(Life, 생활 안정) △락(Fun, 문화·여가) △연(Engagement, 사회적 관계망) 등 4대 부문으로 구성된 ‘청년친화지수’를 제시했다.
수도권은 일자리와 문화(락) 부문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였으나 사회적 관계망인 ‘연’ 부문은 취약했다. 반면 비수도권은 지역사회 소속감과 유대감(연)은 높았지만, 경제적 기회와 생활 인프라가 결여된 불균형 구조를 보였다. 특히 문화 인프라를 상징하는 스타벅스 매장과 팝업스토어의 분포는 서울 강남권 등 특정 지역에 극심하게 쏠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런 청년친화지수를 토대로 지역 유형을 4가지로 구분했다. 우선 일자리와 정주 여건이 모두 우수한 '청년 정착지'는 경기 화성, 수원, 성남 등 수도권 주요 도시들로 분류됐다.
산업 기반은 있으나 주거·문화가 취약한 곳으로 경남 창원, 경북 포항, 충남 아산 등이 꼽혔고, '청년 경유지'로 분류했다. 이곳의 청년들은 일 때문에 머물지만 정착하지 않고 빠르게 떠나는 ‘순환형 노동시장’ 구조를 보인다.
생활·문화 기반은 좋지만 일자리가 부족해 청년들이 정착을 망설이는 '청년 유보지'도 있다. 서울 성북, 부산 해운대 등이 해당된다.
나머지는 경제적·문화적 기반이 모두 취약한 '청년 유출지'로 대다수 비수도권 군 단위 지역이 해당한다. "외지인은 돈 벌고 뜬다" 배타성도 여전
청년들이 지방 정착을 포기하는 결정적 이유 중 하나는 ‘배타적 지역 문화’라고 보고서는 밝히기도 했다. 비수도권의 기업에 취업해 해당 지역에 사는 청년들은 인맥 중심의 회사 운영, 폐쇄적인 공동체 분위기에서 심한 소외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일부 지역민들이 이주 청년에 대해 “지역 일자리를 빼앗는다”거나 “돈만 벌고 떠날 사람”으로 치부하는 적대적 인식도 많았다. 보고서는 "지역 내 충분한 일자리 확보가 선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입 정책만 펼칠 경우, 지역민과 이주 청년 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청년을 지방에 붙잡아두는 지원 정책에서 벗어나 '다시 돌아와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한다고도 강조했다.
'청년 경유지'에는 산업단지 인근 직주근접형 정주 패키지 지원하고, '정착유보지'에는 지역 문화 자원과 연계한 일자리 창출을, '청년 유출'에는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지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의 이동 경험을 지역 소멸의 원인이 아닌 지역 혁신의 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지역 여건과 청년의 복합적 수요를 반영한 통합적 정책 설계가 긴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대훈 기자